형소법 개정안 처리 뒤 악수하는 법사위원장과 법무장관 (사진=연합뉴스)
형소법 개정안 처리 뒤 악수하는 법사위원장과 법무장관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의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뒤늦게 '법원의 공소기각 사유'를 추가한 게 알려져 여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등 범여권 의원은 지난 28일 밤 법안심사1소위에서 국민의힘 의원이 퇴장한 가운데, 기존에 논의가 없었던 공소기각 사유를 확대하는 내용을 추가해 형소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창근 국민의힘 하남 당협위원장은 이날 YTN뉴스에서 "법안심사 소위에서 은근슬쩍 공소취소 사유가 두 가지 추가됐다"며 '현격히', '중대한'과 같은 자의적인 판단의 문구를 들면서 '위법수사'라는 조항이 추가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기존 형사소송법 327조에는 공소취소와 관련된 조항이 여섯 가지로 명확히 정해져 있다"며 "'중대한', '현격히'라는 표현으로는 누가 판단하느냐는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는 검찰청의 입장과도 같은 맥락이다. 대검찰청도 해당 조항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공소가 취소됐을 때 △피고인에 대해 재판권이 없을 때 △동일한 사건에 대해 이미 확정판결이 있었을 때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을 위반해 무효일 때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하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개정안은 여기에 '중대한 위법수사'와 '소추재량권의 현저한 일탈'을 공소기각 사유로 추가한다.

야당은 이 같은 모호한 표현이 향후 재판부의 자의적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특히 현 정부 주요 인물들에 대한 공소취소에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6월 지방선거 당시 검찰개혁, 사법개혁에서 야당이 이재명 현 대통령의 공소취소 우려를 계속 제기했다"며 "지금 그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보완수사권 폐지와 이재명 대통령의 공소취소를 위한 두 가지 조항이 서로 교환된 것이 야합"이라며 민주당이 결론을 이미 정해놨다고 비판했다. 더 나아가 이 위원장은 "내년 6월 조희대 대법원장이 퇴임하면 이재명 대통령이 22명의 대법관을 임명하게 되는데, 이 모든 것이 일괄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대법관 임명 권한이 대통령에게 집중되는 상황에서 나온 우려다.
2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이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에 반대하며 퇴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이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에 반대하며 퇴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동학 전 민주당 최고위원은 "두 가지 조항을 추가한 것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토론할 수 있다"면서도 "사실 이 법안이 성안되는 과정에서 충분한 공론화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야당의 지적은 우리가 인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10월 2일 중수청과 공소청이 출범할 예정이고, 그것에 맞게 법안을 성안해야 해 추진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추후에 법률의 정합성이나 국민 피해 등 생각지 못한 문제가 나타나면 끊임없이 개정·보완 작업을 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앵커가 "일단 통과한 다음에 수정, 보완하겠다는 말씀이냐"고 되묻자 이 위원장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발하며 "'중대한', '현저히'는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대검찰청에서도 반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보완수사권 박탈로도 모자라, 이재명 재판 취소용 '공소기각 사유 확대'까지 끼워 넣었다"며 "말 안 듣는 검사들 쫓아내고, 고분고분한 판사 시켜서 이재명 (대통령) 재판을 취소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2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이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손을 들어 토론을 신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이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손을 들어 토론을 신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이 이재명 대통령 사건에 붙여 온 '조작수사·조작기소' 주장을 그대로 법조문에 옮긴 것"이라며 "무엇이 '중대한' 위법이고, 어느 정도가 '현저한' 일탈인지 기준도 없다"고 말했다.

주 의원은 이어 "공소취소 특검이 어려워진다 싶으니까, 이번에는 법원이 공소를 기각하도록 우회로를 만든 것"이라며 "입법권으로 대통령 개인의 형사재판을 지우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도 전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보완수사권 폐지 관련 긴급토론회에서 이 개정안을 두고 "왜 갑자기 논의도 안 된 것을 마지막 날 슬쩍 끼워놓고 사기를 치느냐"며 "어차피 통과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우리 모두의 관심이 보완수사권 폐지에 쏠려 있을 때 집어넣은 것이다. 정치를 이따위로 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에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공소 기각은 판결을 통해 하는 것이고 공소 취소와는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오늘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야당의 강한 반발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예상되는 상황이며 한 의원도 필리버스터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섭단체권이 없는 한 의원의 필리버스터 참여를 위해서는 국민의힘의 배려가 필요한 상태다. 이 위원장은 "대승적으로 한동훈 의원을 필리버스터에 참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