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익배분은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다
글로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최근 우리 산업현장에서는 새로운 성격의 노사 분쟁이 불거지고 있다. 일부 대기업 노동조합은 단체교섭과 단체협약을 통해 영업이익·당기순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배분(일명 ‘N% 성과급’)할 것을 요구하고, 이를 관철할 목적으로 파업을 예고하거나 실제로 돌입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기존의 임금, 근로조건 개선 요구와는 성격이 다른 ‘영업이익의 배분 요구’가 산업현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노동조합의 요구가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노동조합법은 노동쟁의의 대상을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근로자의 지위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의 결정’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으로 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올해 초 삼성전자·SK하이닉스·LG디스플레이·한화오션 등 주요 대기업의 성과급에 대해 잇달아 임금성을 부정했고, 그 논거는 일관됐다. 경제적 부가가치(EVA)·영업이익·당기순이익 등은 근로자의 근로제공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경영판단·시장상황 등 근로자의 통제 범위 밖의 요인에 더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근로의 대가인 임금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익배분형 성과급은 식대·교통비 등 복리후생 성격의 ‘복지’도 아니고 휴일·징계·승급 등을 의미하는 ‘기타 대우’에도 해당하지 않아 근로조건에 포함될 수 없다.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 역시 고용노동부 해석지침이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정리해고·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 등 근로자 지위의 실질적 변동을 초래하는 사안에 한정되므로, 성과급 배분 요구는 여기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결국 이익배분형 성과급은 단체교섭 대상이 될 수 없으며, 교섭 대상이 아닌 사항을 목적으로 하는 파업은 목적의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불법파업이 된다.

기업 이익의 배분은 경영판단의 영역이지 단체교섭으로 강제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상법 제462조는 이익의 배당을 주주총회 및 이사회의 결의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주주가 자신의 자본을 투자하고 그에 따른 손실 위험을 감수하는 대가로 이익에 대한 권리도 갖기 때문이다. 반면, 근로자는 근로의 대가인 임금을 기본적으로 보장받는 지위에 있다. 이미 확정된 임금을 받으면서 추가로 기업 이익까지 배분하라는 요구는 손실 위험을 감수하는 주주의 몫을 침범하는 것으로, 위험과 보상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자본시장의 기본 원리에 반한다.

성과배분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좋은 성과를 거뒀을 때 자체적으로 구성원들에게 보상을 지급할 수 있고, 실제로 많은 기업이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 다양한 성과급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이익배분은 경영판단의 영역이지 단체교섭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근로자참여법이 ‘생산성 향상 및 성과배분’을 노사협의회의 협의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성과배분에 관해서는 노사협의회에서 논의해보는 것을 검토해볼 수 있다. 이러한 현장의 혼란과 갈등을 없애기 위해서는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가 이익배분이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성과배분에 대한 주주총회 결의 의무화 등 상법·자본시장법 체계 내에서 과도한 이익배분을 관리·제한할 수 있도록 국회는 제도적 장치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노사 모두가 합리적인 대화로 성과배분 문제를 풀어갈 수 있도록 정부의 신속한 제도적 뒷받침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