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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들 분노 터졌다…국회 뒤덮은 '레버리지 폐지' 근조화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폭락 후 투자자 반발 확산
금융위, 기본예탁금 3000만원 도입…정치권 책임 공방도
금융위, 기본예탁금 3000만원 도입…정치권 책임 공방도
화환을 보낸 곳은 개인투자자 단체인 '주식시장정상화를위한모임'이다. 이들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변동성을 키우고 개인투자자 피해를 확대했다며 상품 폐지를 요구했다. 화환이 국회 앞 인도를 따라 길게 늘어서자 시민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문구를 살펴보거나 사진을 찍는 모습도 보였다.
논란의 중심에 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특정 종목의 하루 수익률을 두 배로 따라가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기초 종목이 오르면 수익도 커지지만, 반대로 떨어지면 손실도 두 배로 불어난다. 주가가 오르내림을 반복할 경우 손실이 누적되는 이른바 '음의 복리 효과'도 발생할 수 있다.
전날 코스피가 8%대 급락하며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관련 레버리지 상품도 25% 안팎 급락했다. 국내 증시에서 두 반도체 대형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이들 종목에 투자 수요가 집중된 고위험 상품의 적절성을 둘러싼 논란도 커졌다.
상품 도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만을 급락 원인으로 지목하는 데에는 선을 그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브라질 방문을 수행 중인 김 실장은 28일(현지시간) 상파울루 프레스센터에서 "레버리지 ETF로 변동성이 더욱 도드라져 보일 수는 있지만, 상당히 많은 문제가 다 그것 하나로 귀결되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꼭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레버리지 ETF뿐 아니라 전반적인 구조적 요인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점검해보려고 한다"고 했다. 최근 증시 급락의 배경으로는 인공지능 투자 수익성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과 중국 반도체 업체의 추격 등을 들었다. 개인투자자의 활발한 거래, 파생상품 비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높은 증시 비중이 맞물리며 외부 충격이 증폭됐다는 설명도 내놨다.
금융당국은 투자 문턱을 높이는 쪽으로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추가 대책을 요구하자 "필요하다면 기본예탁금을 추가로 올리는 등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31일부터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새로 사거나 추가 매수하려는 개인투자자에게 현금 3000만원 이상의 기본예탁금을 요구할 예정이다. 이 위원장은 이 조치가 시행되면 거래 계좌가 약 10만 개에서 1만 개 수준으로 줄고, 거래량도 약 60% 감소할 것으로 업계가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레버리지 배율을 낮추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이 위원장은 현행 두 배인 배율을 낮추는 방안에 대해 "변동성 완화 측면에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문투자자에게만 신규 매수를 허용하거나 투자자별 한도를 두는 방식도 거론됐다.
여당 안에서도 상품 설계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 K-자본시장특별위원장인 오기형 의원은 지난 27일 "ETF가 가진 분산투자 특성을 몰각한 '몰빵 위험 상품'"이라며 "고위험 파생금융상품에 ETF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오 의원은 "이런 상품 설계가 적당했느냐는 문제의식이 있다"며 "시장 교란 요인 중 하나이기 때문에 절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즉각적인 상장폐지에는 신중한 기류도 있다. 특위 간사인 김남근 의원은 "당장 급하게 상장폐지를 논의하는 것은 주식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문제"라며 "상품성을 떨어뜨리고 변동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 문턱을 더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강일 의원은 "500만~1000만원을 투자하는 소액 투자자일수록 고위험 성향을 보인다"며 "예탁금을 높여 투기성 자금 유입에 브레이크를 걸면 시장이 한층 이성적으로 변할 것"이라고 했다. 민병덕 의원은 시장 불안이 이어질 경우 "예탁금을 5000만원으로 늘리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정부 책임론을 정면으로 제기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9일 페이스북에 "이틀 연속으로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며 "코스피는 한 달 사이 30% 폭락했고, 코스닥 지수는 이재명 정부 출범했을 때보다 떨어졌다"고 했다.
정 원내대표는 김 실장의 발언을 겨냥해 "이 같은 상황에서 '레버리지 ETF 참사 주범' 김용범 정책실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2~3개월은 우리만 그런 건 아니다', '모든 게 레버리지 ETF 때문은 아니다', '자본시장의 구조적인 특성이 변동성을 키운 면이 있다' 등 말장난식 궤변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 이전에 우리 증시에 이렇게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난무하는 '롤러코스피'가 있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지금 주식시장을 이토록 어지러운 카지노 도박판으로 만든 '정책 장난'이야말로 패가망신시켜야 할 일"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은 무능하고 무책임한 김용범 정책실장을 즉각 경질하고, 경제 라인을 전면 교체하라"고 강조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