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사진=뉴스1
중소기업 네 곳 중 한 곳이 현재 채무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년 동안 실제 연체를 했거나 연체 직전까지 몰렸던 기업도 다섯 곳 중 한 곳에 달했다. 고금리와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자금 사정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7일부터 15일까지 중소기업 500개 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소상공인 금융비용 부담 실태조사'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 이전에 진행됐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분이 반영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기업들이 체감하는 부담은 앞으로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사 결과 현재 채무 부담 수준에 대해 '부담된다'고 답한 기업은 26.4%로 집계됐다. '부담 없다'(20.4%)는 응답보다 6.0%포인트 높았다. 절반이 넘는 53.2%는 '적당한 수준'이라고 답했지만, 채무 부담을 호소하는 기업이 부담을 느끼지 않는 기업보다 많다는 점에서 금융비용이 중소기업 경영의 부담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업 규모별 차이도 뚜렷했다. 소기업·소상공인의 28.1%가 채무 부담을 느낀다고 답해 중기업(21.1%)보다 7.0%포인트 높았다.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 여력이 부족하고 금리 변동에 취약한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금융비용 부담을 크게 체감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채무 부담은 실제 연체 위기로 이어지고 있었다. 최근 1년 이내 원리금 상환 과정에서 실제 연체를 경험했다는 응답은 1.8%에 그쳤지만, 연체는 하지 않았지만, 연체 위기를 겪었다는 응답은 20.0%에 달했다. 실제 연체를 피했더라도 조사 대상 기업 다섯 곳 중 한 곳은 원리금 상환 과정에서 심각한 자금 압박을 겪었다는 의미다.

실제 연체를 경험했다고 답한 기업은 모두 소기업·소상공인이었다. 연체 경험 또는 연체 위기를 겪은 비율도 소기업·소상공인은 24.2%로 중기업(14.6%)보다 9.6%포인트 높았다.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금융 충격에 대한 대응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채무 부담을 호소한 기업들의 사업 지속 가능성도 우려되는 수준이었다. 현재와 같은 채무 부담이 이어질 경우 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으로 '2년 이상'을 꼽은 응답이 54.5%로 가장 많았지만, 소기업·소상공인의 27.4%는 '1년을 버티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는 중기업(7.7%)의 세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경기 둔화와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영세 기업을 중심으로 경영난이 빠르게 심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채무 부담이 커진 가장 큰 원인으로는 '매출 감소 및 영업이익 악화'(67.4%)가 꼽혔다. 이어 '높은 대출금리'(37.9%), '원부자재 가격 상승'(34.8%) 등이 뒤를 이었다. 단순히 금리 상승뿐 아니라 내수 부진과 수익성 악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기업들의 상환 능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들은 비용 절감으로 위기에 대응하고 있었다. 채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취하고 있는 조치로는 '투자·인건비 등 자체 비용 절감'이 58.3%로 가장 많았다. 반면 '별다른 대응 방안이 없다'는 응답도 22.0%에 달해 상당수 기업이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책금융을 활용하고 있다는 응답은 20.5%였다.

기업들은 금융 지원 확대도 요구했다. 채무 부담 완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는 '정책금융 확대'(58.8%)를 가장 많이 꼽았으며, '대출 만기 연장 및 상환 유예'(52.2%), '고금리 이자 지원 제도 재시행'(43.2%) 등이 뒤를 이었다.

이민경 중기중앙회 정책총괄실장은 "이번 조사는 기준금리 인상 이전에 실시됐음에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네 곳 중 한 곳 이상이 이미 채무 부담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하반기 내수 회복과 경기 활성화를 통해 기업들의 상환 여력을 높이고, 금융권도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 등 상생 금융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시적인 자금난이 연체나 부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책금융 공급 확대와 취약 기업에 대한 유동성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