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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계 찬 '천년 의학'…현대 의료로 진화하는 티베트 의학 [차이나 워치]
급성 고산병에 라싸 티베트의학병원 진료 받아보니
전통 의학에 혈압계·청진기 결합…의료·연구·제약 잇는 생태계 구축
지난해 티베트약 생산액 33억위안…표준화·약효 검증은 과제
전통 의학에 혈압계·청진기 결합…의료·연구·제약 잇는 생태계 구축
지난해 티베트약 생산액 33억위안…표준화·약효 검증은 과제
외국인 환자가 많지 않은 곳에서 한국인 기자가 직접 진료를 받겠다고 하니 의사들이 하나둘 자리를 함께한 것이다.
진료를 맡은 현지 의사가 기자의 팔에 혈압계를 감았다. 수치를 체크한 뒤 청진기로 가슴과 등에 대고 숨소리를 들었다. "언제부터 머리가 아팠습니까" "몸이 춥거나 떨립니까" "숨이 차거나 가슴이 답답합니까" 등의 질문이 차례대로 이어졌다.
라싸에 도착한 뒤 심한 두통과 오한, 전신 통증을 겪었다고 답하자 의사는 증상이 시작된 시점부터 수면 상태, 약 복용 여부까지 하나씩 확인했다. 해발 약 3650m의 라싸에 처음 도착한 외지인이 겪는 고산 반응을 살피는 진료였다.
진료·연구·제약 한 곳에…티베트 의학을 산업으로
진료실 벽에는 티베트어와 중국어가 함께 적혀 있었지만 검사 과정 전반은 낯설지 않았다. 혈압을 측정하고 청진기로 호흡을 확인한 뒤 증상을 문진하는 방식은 현대 병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통 지식만을 고집하기보다 현대 의료기기와 임상 절차를 함께 활용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티베트의학병원의 설립 후 직접적인 역사는 100년을 넘었지만 계승하고 있는 티베트 의학의 전통은 훨씬 길다. 사실 티베트의학병원은 환자 치료만을 위한 의료기관은 아니다. 티베트 전통 의학을 토대로 진료와 연구, 인재 양성, 질병 예방, 건강관리, 의약품 생산을 한데 묶은 종합 거점이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온 티베트 의학을 현대 병원 체계 안에서 보존하고 임상에 적용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전통 의학의 명맥만 유지하는 곳이 아니라 티베트 의학을 현대적 공공의료 체계 안에 편입하고 제도화한 핵심 기관이라는 의미다.
티베트의학병원 관계자는 "전통적인 의학 지식과 치료 경험이 근대적 병원 조직, 전문 진료과, 연구실, 교육 체계, 의약품 생산시설과 결합했다"고 설명했다.
티베트의학병원은 티베트 의학의 이론과 임상 효과를 연구하면서 동시에 의료진과 후속 세대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물론 주민들의 전반적인 건강을 돌보는 보건·건강관리 기능과 티베트약을 직접 제조하는 약제 생산 기능도 갖췄다.
티베트의학병원은 치료기관이면서 동시에 연구소, 교육기관, 전통지식 전승기관, 의약품 생산기관의 성격을 함께 갖춰 일반적인 종합병원과는 다른 구조다. 티베트 전통의학이 민간요법이나 개별 의료인의 경험에 머무르지 않고 병원이라는 제도적 공간에서 지속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전략이다.
이 곳엔 중국 전통의학 분야 최고 권위자에게 부여되는 국의대사 3명이 있다. 국의대사는 장기간 임상 경험과 학술적 공헌, 후학 양성 성과 등을 인정받은 전통의학 전문가를 가리킨다. 이와 함께 무형문화유산 전승자들도 다수 소속돼 있다. 이들은 티베트 의학 관련 전통 지식과 기술을 다음 세대에 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전통의학을 국가 산업으로 키우는 中
중국 정부는 티베트 의학을 국가 전략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티베트의학병원은 국가 중의약 계승·혁신센터 건설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연구와 임상·전승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2016년 이후 중국 정부는 중앙 예산 등을 활용해 티베트 의약 사업 발전에 꾸준히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티베트 의약 고문헌 보호, 임상 근거 창출과 검증 능력 향상 등도 포함됐다.
같은 맥락에서 중국 정부와 티베트자치구는 티베트 의학 예방보건학과 뇌질환학 등 주요 학과와 전문 진료 분야의 연구 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있다. 중앙정부 부처와 티베트자치구가 공동으로 티베트 의약대를 육성하고 티베트 의학 박사과정 설치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티베트약 생산액은 33억1800만위안(약 7170억원)이다. 티베트 의학은 이미 티베트를 대표하는 특색 있는 핵심 산업으로 성장했다.
라싸=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