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짱(티베트)자치구 수도 라싸의 포탈라궁 광장. 광장 한편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초대형 사진이 설치돼 있다. 라싸=김은정 특파원
중국 시짱(티베트)자치구 수도 라싸의 포탈라궁 광장. 광장 한편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초대형 사진이 설치돼 있다. 라싸=김은정 특파원
지난 21일 찾은 중국 시짱(티베트)자치구 수도 라싸의 포탈라궁. 티베트의 상징이자 최고의 성지인 포탈라궁은 해발 3700m에 자리한 훙산에 위치해 있다. 13층 건물에 높이 117m, 동서 360m, 남북 270m로 세워졌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궁전인 데다 티베트의 종교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의 겨울 궁전으로 사용됐던 터라 주변에는 오체투지(두 팔꿈치와 두 무릎, 이마까지 몸의 다섯 부분이 땅에 닿도록 하는 큰절)를 하는 순례자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라싸는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서 서쪽으로 2600여㎞ 떨어져 있다. 다만 중국 전역이 베이징 시간을 기준으로 통일됐기 때문에 2시간 이상 빠른 시간대를 사용해 밤 늦도록 인근 거리는 환했다. 포탈라궁 주변엔 티베트 전통 의상을 입은 승려와 관광객, 상인들이 뒤엉킨 모습이었다. 티베트 종교와 생활 문화, 관광 산업이 끈끈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현장이었다.

티베트의 베이징 중로에 맞물린 관광객·승려·상인

한국경제신문은 지난 20일부터 23일까지 '세계의 지붕' '신의 땅' '금단의 땅' 등의 수식어를 갖고 있는 티베트를 찾았다.

티베트 지역을 취재하려면 중국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번에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과 티베트자치구 신문판공실이 한국경제신문과 블룸버그통신·AP 등 일부 외신 특파원과 중화권 매체에 취재 승인을 내줬다. 제한된 장소만 취재 가능했지만 지난 1일 민족단결진보촉진법 시행 후 티베트가 외신에 공개된 건 처음이다.
중국 시짱(티베트)자치구 수도 라싸의 포탈라궁 광장. 라싸=김은정 특파원
중국 시짱(티베트)자치구 수도 라싸의 포탈라궁 광장. 라싸=김은정 특파원
티베트인의 또 다른 정신적 성소로 여겨지는 조캉사원도 포탈라궁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조캉사원을 둘러싼 바코르 거리엔 티베트 불교에서 사용되는 법구인 마니차를 돌리면 걷는 순례객이 종종 눈에 띄었다.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원통인데 시계 방향으로 돌리면 경전을 읽는 효과가 있다고 여겨진다.

다만 바코르 거리엔 과거와 달리 오체투지를 하는 순례객보다 티베트 전통 복장으로 사진을 찍는 젊은 관광객들이 주를 이뤘다. 중국 베이징이나 상하이의 주요 관광 명소에서처럼 "예쁜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전문가용 카메라와 반사판을 들고 접근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중국 시짱(티베트)자치구 수도 라싸의 포탈라궁 광장. 라싸=김은정 특파원
중국 시짱(티베트)자치구 수도 라싸의 포탈라궁 광장. 라싸=김은정 특파원
중국 산둥성 등에서 학교를 다닌 뒤 라싸에서 십수년째 거주하고 있는 한 중국인은 "확실히 최근 들어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아졌다"며 "중국 본토인들에게 티베트는 평생에 한번은 가보고 싶은 곳이라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티베트자치구의 지난해 국내외 관광객은 7073만3700명으로 전년보다 10% 이상 증가했다.

가까이에서 본 라싸는 티베트 고유 문화를 기반으로 중국식 산업화·현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모습이었다.
중국 시짱(티베트)자치구 수도 라싸의 포탈라궁 광장. 광장 한편에 중국 전현직 지도부 사진이 담김 기념 초상화가 설치돼 있다. 라싸=김은정 특파원
중국 시짱(티베트)자치구 수도 라싸의 포탈라궁 광장. 광장 한편에 중국 전현직 지도부 사진이 담김 기념 초상화가 설치돼 있다. 라싸=김은정 특파원
포탈라궁을 정면에서 바라볼 수 있는 포탈라궁 광장은 베이징의 천안문 광장을 연상케 했다. 광장 북쪽엔 중국의 국기 오성홍기가 나부꼈고, 광장 서쪽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초대형 사진이 걸려 있었다.

광장 한쪽엔 중국어와 티베트어로 '시짱 평화해방 70주년 축하'라는 문구와 함께 마오쩌둥·덩샤오핑·장쩌민·후진타오 전 주석과 시 주석까지 최고 지도자들의 얼굴이 담긴 대형 조형물도 설치돼 있었다.
중국 시짱(티베트)자치구 수도 라싸에 위치한 조캉사원 인근 바코르 거리의 모습. 라싸=김은정 특파원
중국 시짱(티베트)자치구 수도 라싸에 위치한 조캉사원 인근 바코르 거리의 모습. 라싸=김은정 특파원
취재 기간 동안 방문한 병원이나 기업, 공장 등에도 중국 역대 지도자들의 사진과 시 주석의 사진이 대부분 걸려 있었다.

포탈라궁과 포탈라궁 광장 사이를 가로지르는 도로 이름조차 베이징 중로였다. 말 그대로 '티베트의 베이징'인 셈이다.
중국 시짱(티베트)자치구 수도 라싸에 있는 포탈라궁. 많은 관광객들과 순례객들이 포탈라궁으로 향하고 있다. 라싸=김은정 특파원
중국 시짱(티베트)자치구 수도 라싸에 있는 포탈라궁. 많은 관광객들과 순례객들이 포탈라궁으로 향하고 있다. 라싸=김은정 특파원
라싸 시내뿐 아니라 티베트의 최대 항공 허브인 공가국제공항으로 향하는 도로 곳곳엔 시 주석의 어록이나 중국 공산당의 선전 문구를 담은 대형 게시판·전광판이 자주 눈에 띄었다. 주로 붉은색 게시판에 중국어와 티베트어로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전면적으로 건설하자'라는 내용의 문구가 많았다.

네팔로 향하는 대형 트럭…일대일로의 전략적 관문

티베트는 이달부터 시행된 민족법의 중심에 서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지난해 말 기준 티베트의 전체 인구는 374만명, 이 가운데 87% 가량이 티베트족을 비롯한 소수민족이다.
중국 시짱(티베트)자치구 수도 라싸에 위치한 조캉사원 인근 바코르 거리의 모습. 라싸=김은정 특파원
중국 시짱(티베트)자치구 수도 라싸에 위치한 조캉사원 인근 바코르 거리의 모습. 라싸=김은정 특파원
올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통과된 민족법은 55개 소수민족을 포함한 국가기관과 기업, 사회단체 등에 공동체 의식을 확립하고 국가 통합과 공동 발전을 추진할 책무를 부여한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중국 시짱(티베트)자치구 수도 라싸에 위치한 조캉사원 인근 바코르 거리의 모습. 라싸=김은정 특파원
중국 시짱(티베트)자치구 수도 라싸에 위치한 조캉사원 인근 바코르 거리의 모습. 라싸=김은정 특파원
차별 금지나 지역개발 지원법에 그치지 않고 국가와 지방정부, 학교, 기업, 사회단체는 물론 개인에게도 국가 통일과 민족단결을 지킬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학교에선 국가가 편찬한 통합 교재를 사용하고 교육 전 과정에 공동체 의식을 반영토록 했다. 표준 중국어인 푸퉁화를 기본 교육 언어로 규정하고 공공장소에서 중국어와 소수민족 언어를 함께 사용할 때 표준 중국어의 위치와 순서를 더 두드러지게 표시하도록 했다.
중국 시짱(티베트)자치구 수도 라싸에 위치한 조캉사원 인근 바코르 거리의 모습. 라싸=김은정 특파원
중국 시짱(티베트)자치구 수도 라싸에 위치한 조캉사원 인근 바코르 거리의 모습. 라싸=김은정 특파원
과거 중국의 소수민족 관련 정책은 민족구역자치 정책에 무게중심을 둬왔다. 소수민족의 언어와 풍습, 교육, 지역 자치를 일정 범위에서 인정하면서 경제적 우대와 재정지원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중국 시짱(티베트)자치구 수도 라싸에 위치한 조캉사원 인근 바코르 거리의 모습. 라싸=김은정 특파원
중국 시짱(티베트)자치구 수도 라싸에 위치한 조캉사원 인근 바코르 거리의 모습. 라싸=김은정 특파원
민족법은 차이는 인정하지만 공동성 확대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민족법 시행 직후 중국 공산당 서열 4위인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이 티베트를 찾은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왕 주석은 취재진과 기간이 겹치는 지난 19일부터 나흘간 라싸 등을 시찰하면서 티베트 통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의 안정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시짱(티베트)자치구 수도 라싸에 있는 포탈라궁. 많은 관광객들과 순례객들이 포탈라궁으로 향하고 있다. 라싸=김은정 특파원
중국 시짱(티베트)자치구 수도 라싸에 있는 포탈라궁. 많은 관광객들과 순례객들이 포탈라궁으로 향하고 있다. 라싸=김은정 특파원
티베트가 민족법의 중심에 놓인 배경엔 종교와 역사뿐만 아니라 지정학적 중요성도 있다. 티베트는 면적이 120만㎢를 넘어 중국 전체 영토의 약 8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 내에선 신장·쓰촨·칭하이·윈난 등과 연결돼 있으며, 인도·네팔 등과 맞닿은 육상 국경은 4000㎞ 이상으로 중국 전체 육상 국경의 약 6분의 1을 장악하고 있다.
중국 시짱(티베트)자치구 수도 라싸에 있는 포탈라궁. 라싸=김은정 특파원
중국 시짱(티베트)자치구 수도 라싸에 있는 포탈라궁. 라싸=김은정 특파원
인도와 국경 분쟁이 이어지는 히말라야 전선이자 네팔을 거쳐 남아시아로 진출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라싸 외곽 지역에선 커다란 컨테이너를 싣고 달리는 대형 차량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티베트는 중국에 군사적 요충지이면서 동시에 구리·석유 등 자연 자원까지 풍부한 '서쪽의 보물창고'란 얘기다.
중국 시짱(티베트)자치구 수도 라싸에 위치한 조캉사원 인근 바코르 거리의 모습. 라싸=김은정 특파원
중국 시짱(티베트)자치구 수도 라싸에 위치한 조캉사원 인근 바코르 거리의 모습. 라싸=김은정 특파원
티베트는 국내 민족 문제와 국경 안보, 대외 전략이 겹쳐지는 고차방정식의 지역이다. 아울러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구상에서도 티베트는 남아시아로 통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은 광둥성과 내륙에서 생산된 상품을 철도로 라싸와 르카쩌까지 운송한 뒤 지룽 통상구를 통해 네팔로 보내는 복합 물류망을 구축해왔다.
중국 시짱(티베트)자치구 수도 라싸에 있는 포탈라궁. 많은 관광객들과 순례객들이 포탈라궁으로 향하고 있다. 라싸=김은정 특파원
중국 시짱(티베트)자치구 수도 라싸에 있는 포탈라궁. 많은 관광객들과 순례객들이 포탈라궁으로 향하고 있다. 라싸=김은정 특파원
올 1월엔 지룽 통상구에선 중국 차량이 휴대전화와 의료용품, 자동차 부품을 실은 컨테이너를 네팔까지 직접 운송하는 첫 국경 간 직통 물류가 이뤄졌다. 라싸의 수출입(2024년 기준)은 65억위안(약 1조4000억원)을 넘어섰고 네팔에 티베트 최초의 국경 간 전자상거래 해외창고도 설치했다. 중국이 강조하는 남아시아 대통로가 물류 체계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라싸=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