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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국민을 세입자로 남길 것인가
세금·대출 규제만 꺼내든 정부
주택소유율 목표부터 제시해야
유경준 前 통계청장
주택소유율 목표부터 제시해야
유경준 前 통계청장
이 의문을 풀기 위해 먼저 문재인 정부 주택정책 설계자인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살펴보자. 그는 2011년 <부동산은 끝났다>라는 저서에서 “자가 소유자는 보수적인 투표 성향을 보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진보적인 성향이 있다”며 영국 보수당의 자가 소유 촉진책에는 정치적 계산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런 탓에 진보정권은 국민의 집 소유를 막기 위해 정책을 편다는 음모론까지 나온다.
실제 이후 진보정권에서는 주택정책이 자가 소유 확대보다 규제와 임대주택 공급에 치우치고 있다. 2024년 국가데이터처 통계에 따르면 서울의 주택 소유 가구 비율은 48.1%로 전국 평균(56.9%)보다 8.8%포인트 낮다. 전국 최하위다. 서울시 주거실태 조사에서도 자기 집에 사는 자가 점유율은 44.1%에 그쳤다. 전세 25.4%, 월세 28.0%로, 월세 비중이 이미 전세를 넘어섰다. 서울은 자가 비율이 절반 이하인 데다 임차 유형 가운데서도 월세 비중이 가장 큰 도시가 됐다.
그럼에도 지난주 토론회에서는 서울의 주택 소유율을 언제까지 어느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주택정책의 목표에 대한 토론은 전혀 없었다. 새로운 공급 부지와 물량, 착공·입주 일정 대신 보유세와 전세대출 규제 강화가 다시 전면에 등장했다.
국민을 세입자로 남기려는 정책이 아니라면 정부는 수치로 입증해야 한다. 예컨대 2035년까지 서울의 주택 소유율을 55%, 자가 점유율을 50% 이상으로 높이고 공공임대 15%, 민간임대 35% 안팎의 균형을 만들겠다는 식의 목표가 필요하다. 또 서울의 39세 이하 가구 주택 소유율이 17.9%에 불과한 만큼 청년층의 자가 진입 목표도 별도로 제시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이 대통령이 “재개발·재건축은 주택 공급 효과가 제한적이다”라고 한 발언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정비사업 초기에는 이주와 철거로 주택 및 전세 물량이 일시적으로 감소하고 원주민 재정착률이 낮아지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공급 효과는 철거 순간이 아니라 준공 후 주택의 순증으로 평가해야 한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신속통합기획2.0 사업으로 2031년까지 30만8000가구가 신축되고 22만1000가구가 철거돼 주택은 8만7000가구 순증한다. 정비사업이 만능은 아니지만 공급을 늘리지 않는다는 식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서울에는 대규모 빈 땅이 거의 없다. 그린벨트를 대폭 해제하거나 외곽 신도시를 계속 만들지 않는다면 노후·저밀 주거지를 고밀 개발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공급 수단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31년까지 31만 가구, 2026~2028년 85개 구역, 8만5000가구 착공을 추진하는 이유일 것이다. 착공이 곧 입주는 아니고 전체가 다 순증 물량도 아니지만, 구역·물량·일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는 현 정부의 추상적 공급론보다 구체적이다.
세금과 대출 규제는 집을 새로 만들지 못한다. 이재명 정부는 답해야 한다. 자가와 임대의 적정 비율은 얼마이며 서울의 주택 소유율을 언제까지 얼마나 높일지를 말이다. 목표 없는 규제는 정책이 아니라 통제다. 국민이 집을 가지면 보수화되는 것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아무리 일해도 집을 가질 수 없게 된 현실부터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