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중국발 AI 쇼크
지난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대회(WAIC) 2026’은 단순한 인공지능(AI) 기술 전시회가 아니었다. 중국이 미국의 기술 통제에도 위축되지 않고 AI 기술과 산업 생태계, 나아가 글로벌 규범까지 주도하겠다는 자신감을 세계에 천명한 자리였다. 1100여 개 기업이 4000여 개 제품을 선보였고, 300개 이상 제품이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참관객도 연인원 40만 명을 넘어섰다. WAIC 2026의 가장 상징적인 사건은 문샷AI가 공개한 초거대 AI 모델 키미K3였다. 글로벌 증시가 출렁일 정도로 그 충격은 컸다. ‘키미 모멘트’라는 말이 나올 만큼 중국 AI가 더 이상 저가형 추격자가 아니라 미국 최상위 모델과 대등하게 경쟁하는 단계에 들어섰음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종합적으로 보면 세 가지 충격이 부각됐다. 첫째, 에이전틱 AI의 진화와 대확산이다. AI가 질문에 답하는 단계를 넘어 다중 AI 에이전트를 통해 여러 과업을 주어진 목표에 따라 스스로 수행하는 ‘행동형 AI’로 진화하고 있다. 전시장 내 기업 대부분이 제조, 금융, 의료, 교육, 유통 등에 AI를 결합한 ‘AI+’를 외쳤다. 이제 AI 기업만의 경쟁이 아니라 모든 기업이 AI 기업으로 전환하는 대변혁의 장이 열린 것이다.

둘째, 휴머노이드 로봇을 중심으로 한 피지컬 AI의 약진이다. 전시장에는 산업·물류·서비스용 휴머노이드가 대거 등장했다. 모터, 감속기, 센서, 배터리, 제어기 등 하드웨어와 로봇용 AI 파운데이션 모델, 데이터 등 소프트웨어를 망라하는 중국의 완결형 공급망도 크게 주목받았다. 중국이 휴머노이드 등 로봇을 자동차나 스마트폰처럼 대량 생산을 통해 가격을 낮춰간다면 세계 산업 판도는 중국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셋째, 중국형 AI 풀스택 역량의 부상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AI산업을 에너지, 반도체, 인프라, AI 모델, 응용 서비스의 ‘5단 케이크’에 비유했는데, 중국은 미국의 강력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이 다섯 층의 풀스택을 자국 생태계 역량으로 고도화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첫날 기조연설은 이런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그는 개방형 AI 생태계와 글로벌 협력을 강조하며 중국을 새로운 AI 질서의 설계자로 제시했다. 국가가 방향과 목표를 정하고 지방정부, 기업, 학계, 연구계, 금융계가 치열한 내부 경쟁과 협력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는 중국식 전략이 결실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한국 역시 각 부문의 각자도생을 막을 강력한 민관 AI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고, 정부 조직과 예산·인재·데이터 정책을 AI 대전환 중심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배워야 할 중국의 또 다른 힘은 ‘선(先) 적용, 후(後) 보완’의 애자일 방식이다. AI 시대 완벽한 것을 만들어 적용하려다가 실기(失期)하기 십상이다. 처음에는 불완전해도 데이터가 쌓일수록 완벽해지는 AI 제품 및 서비스의 특성을 직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혁신을 가로막는 그물망 규제를 걷어내는 제도 개혁이 필수다. 정부 조달의 전략적 활용도 시급하다. 중국 정부는 혁신 성과의 최초 구매자가 돼 스스로 시장을 만들어낸다. 우리 조달 제도 역시 최저가나 과거 실적 중심에서 혁신성 및 확장성 중심으로 과감히 체질을 바꿔야 한다. 국내 공공시장을 마중물 역할을 하는 테스트베드로 제공해 초기 수요와 실증 기회를 부여해야 글로벌 시장의 문도 열릴 것이다.

WAIC 2026이 제시한 AI 경쟁은 산업 생태계, 규제와 조달, 통상 외교 등을 하나로 묶어 싸우는 국가 총력전이다. 이제 막연한 자신감을 버리고 통렬한 위기의식 속에서 분발해야만 미래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