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열린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공지능(AI) 서밋은 글로벌 AI 혁명의 달라진 지형을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과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그리고 엔비디아 오픈AI 앤트로픽 브로드컴 등 빅테크 수장들이 나란히 자리한 사진 한 장은 그 자체로 달라진 한국의 위상을 상징한다.

이날 오간 발언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이 없었다면 AI 혁명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고,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금이 한국의 황금기”라고 평가했다. 한국의 반도체와 제조 역량을 빼놓고 AI의 미래를 설계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 대통령이 “대한민국은 대체 불가한 글로벌 AI 공급망의 핵심 국가로 도약할 것”이라고 선언한 자신감도 여기에 있다. 메가 프로젝트를 글로벌 반도체 부족을 막기 위한 ‘책임 있는 투자’로 규정한 것도 전략적 메시지다. 첨단 반도체 생산 기반을 한국에 두는 것이 미국에도 이익이라는 논리를 강조한 것이다. 삼성과 SK가 빅테크와 발표한 협력 규모는 9500억달러(약 1390조원)에 달한다. HBM4와 첨단 파운드리, 패키징, AI 데이터센터 협력 등이 포함됐다. 한국이 단순한 메모리 공급처를 넘어 글로벌 AI 인프라 확장의 핵심 축으로 올라설 기회를 잡은 것이다.

그러나 ‘대체 불가’는 화려한 이벤트로 완성되지 않는다. 세계가 한국 외에 다른 선택을 할 수 없도록 초격차 기술과 생산능력, 산업 생태계를 확보해야 한다. 관건은 실질적인 이행이다. 반도체 팹과 AI 데이터센터에는 대규모 전력 및 용수, 송전망이 필수다. 부지 확보와 환경 인허가 등 후속 조치가 늦어지면 ‘AI 공급망 핵심 국가’는 공언에 그칠 뿐이다.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은 한국이 글로벌 빅테크의 핵심 파트너 자리에 올라섰음을 확인한 자리였다. 이제 이들과의 결속을 발판 삼아 한국이 AI 공급망의 주도권을 쥐도록 역량을 모을 때다. 대체 불가는 외부의 찬사가 아니라 한국의 기술과 공급망 결정권으로 증명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