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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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Hoang Du* T***, 성별 : 남, 연령 : 199*, 국적 : 베트남, 비자 : E-9.’

경기 남부 금속가공업체의 외국인 근로자 채용 담당 직원은 최근 이런 문자를 받았다. 발신자는 070 국번을 사용하는 외국인 채용 플랫폼 ‘잡***’. 전화로 문의하니 “E-9은 고용노동부를 거치는 게 원칙”이라면서도 “이직을 원하는 외국인이 워낙 많이 가입해 일손이 필요한 기업에 알선해주고 있다”고 해명했다.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한 고용허가제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를 거치지 않고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 근로자(E-9 비자)를 특정 기업에 지정 알선하는 행위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 진화하는 브로커…불법체류자도 알선

26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한국어가 유창한 귀화인과 행정사 등이 E-9 근로자 채용 알선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일부 온라인 채용 플랫폼에서도 E-9 근로자의 사업장 이직이 발생하고 있다. 브로커 수수료는 양호한 사업장으로 이직이 성사될 경우 많게는 2~3개월치 월급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 아산의 한 판금 가공업체 관계자는 “E-9 근로자를 영구체류 비자(E-7)로 전환해준 사례가 알려지자 채용을 알선하는 온라인 플랫폼과 브로커의 연락이 자주 온다”고 했다.
충남 아산 금속가공 공장에서 작업 중인 외국인 노동자. 이정선 중기선임기자
충남 아산 금속가공 공장에서 작업 중인 외국인 노동자. 이정선 중기선임기자
외국인 이직 과정에서 고용노동부 허가를 받기 위한 브로커의 수법도 진화하고 있다. 사전에 조율한 기업이 공공 고용서비스 플랫폼인 ‘고용24’에 키, 몸무게 등 외국인의 신체적 특징을 지정해 구인을 신청한다. 일부 외국인은 원하는 기업이 추천될 때까지 고용노동부가 알선하는 사업장을 건너뛴다.

인력난이 심한 지방에서는 불법체류자를 소개하는 인력파견업체가 성행한다. 경북의 한 식품 제조사는 일당 16만원씩 주면서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불법체류자 10명을 고용하고 있다. 이 회사 대표는 “내국인 수에 따라 외국인 고용 한도가 정해져 있는데, 이 시골에 오는 한국인이 어디 있느냐”며 “불법체류자를 고용하지 않으면 공장을 돌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사람들은 위험 요인이 커 한국인보다 급여가 20~30% 더 높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 “외국인 이직 완화, 중소 제조업 붕괴”

이런 상황에서 고용노동부가 추진하는 ‘사업장 변경’ 기준 개선안이 확정되면 지역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심화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현행 고용허가제에 따르면 E-9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은 최초 사업장에서 3년간 근무해야 한다. 휴·폐업, 부당한 처우 등의 사유가 발생하면 3회에 걸쳐 이직할 수 있다. 사업장을 변경하더라도 사업장이 속한 권역 안에서 옮겨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인권 강화를 명분으로 최초 근무 기간 기준을 3년에서 1~2년으로 낮추고 지역 제한도 일부 풀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구의 한 자동차부품업체 관계자는 “사업장 변경 완화 소식이 알려지자 외국인 근로자의 엉덩이가 들썩이고 있다”고 전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전체 국내 체류 외국인 110만 명 중 E-9 비자 소지자가 32만1000명(28.9%)으로 가장 많다. 이 중 80% 정도가 중소 제조업에서 근무한다. 중소기업계는 사업장 변경 기준 완화 방침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인천의 한 표면처리업체 대표는 “한국어가 서투르고 기술도 없어 1년은 가르쳐야 제 몫을 하는데 조기에 사업장을 옮기도록 하면 처음 외국인을 데리고 온 기업만 바보가 된다”며 “3D 뿌리기업이나 지방 제조업에 어떤 외국인이 남아 있으려고 하겠느냐”고 걱정했다.

전남 여수의 한 식품제조업체 대표는 “지금도 외국인이 태업을 일삼으며 이직하겠다는 걸 말릴 수 없는 상황”이라며 “사업장 변경 기준마저 완화하면 지방의 중소 제조업은 인력난에 초토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외국인 정책의 핵심을 ‘이동 자유 확대’보다 ‘안정적 정착 유도’에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광석 인하대 다문화정책학과 교수는 “E-9 외국인이 가족과 거주할 수 있게 하면 인권 문제가 일부 해소되고 이직 동기도 반감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산·인천·파주=이정선 중기선임기자 leew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