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전의 AI와 비즈니스모델] 현실에선 AI가 일자리 만든다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량으로 없앨 것이라는 예측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 뉴욕타임스, 파이낸셜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블룸버그 등 주요 언론도 일자리 종말론(jobocalypse)을 다시 검토하기 시작했다. 일자리 소멸론 자체가 대중을 기만하고 압박하는 일종의 ‘가스라이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구인·구직 플랫폼 워크스피어(Worksphere)가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구인 공고는 줄지 않았고, 공고에 AI라는 단어가 더 자주 등장하고 있다. 기업이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AI를 활용해 업무를 수행할 사람을 찾고 있는 것이다. ‘AI를 활용해 직무를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란 질문에 답하지 못해 원하던 회사에 들어가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기업은 그러한 질문에 대답을 준비하지 않은 사람을 뽑기가 부담스럽다.

한 가지 직무만 수행하기보다 여러 업무를 할 의사가 있고, 실제 경험한 사람을 더 원한다고 한다. 시각디자인 전공자가 브랜드 매니지먼트 인턴을 한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즉 전공과 직무의 이름을 지키는 것보다 자신의 전문성을 인접 업무로 확장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수가없다’에서도 살인자가 되거나, 살해당하는 사람은 모두 쇠락하는 산업인데다 나무를 베어야만 유지되는 제지업에 재취업하려는 사람들이다.

기업 직원에게 법인카드를 무료 배포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미국 핀테크 기업 램프(Ramp)에 따르면, AI에 적극적으로 지출한 기업은 전체 고용과 초급 인력 고용이 더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AI 도입으로 인력 감축이 일어난다는 통념은 구체적인 데이터로 확인되지 않는다. 기업은 AI 때문에 사람을 해고하기보다, 돈을 벌지 못하는 사업과 조직을 정리하기 마련이다. AI를 이용해 새로운 매출과 시장을 창출하는 기업은 더 많은 사람을 필요로 한다.

1980년대 이전에는 한 대의 비행기를 운항하는 데 세 명 이상의 조종 인력이 필요했다. 이제 기술 발전으로 두 명이면 충분하다. 조종사 수요가 줄어들 것처럼 보였지만 운항 비용이 감소하면서 공급이 증가해 세계 항공업계는 오히려 조종사 부족을 경험했다. 자동차 연비가 좋아지자 수요가 증가해 전체 연료 소비량이 늘어난 것과 비슷한 이치다. AI가 한 사람이 처리할 수 있는 업무를 늘리면 제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내려가고 새로운 수요가 생긴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직업과 조직이 생겨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미래 세대는 생애 기간에 지금 세대보다 더 많은 직업을 누릴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AI로 인한 대량실업을 기정사실화하면 기업 투자와 정부 정책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AI가 없애는 직무를 세는 데 머물지 않고, AI와 함께 창출할 새로운 기회와 시장을 설계할 때 고용의 미래도 달라질 것이다. AI는 바꾸고 없애지만, 더 많이 창조한다. 그것이 ‘AI플러스 이코노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