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부산 우동 벡스코에서 열린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본회의에서 한국의 갯벌 2단계 확대 등재가 결정되자 허민 국가유산청장(오른쪽 두 번째)이 박수현 충남도지사와 태극기를 흔들며 기뻐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5일 부산 우동 벡스코에서 열린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본회의에서 한국의 갯벌 2단계 확대 등재가 결정되자 허민 국가유산청장(오른쪽 두 번째)이 박수현 충남도지사와 태극기를 흔들며 기뻐하고 있다. 뉴스1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한국의 갯벌’ 구역이 대폭 넓어졌다. 전남 여수·고흥·무안과 충남 서산 갯벌 등 네 곳이 새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이름을 올렸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25일 부산에서 열린 제48차 회의에서 한국의 갯벌 2단계 확대 등재를 최종 결정했다. 기존 유산의 경계를 크게 조정하는 ‘중대한 경계 변경’도 함께 승인했다. 2021년 앞서 등재된 한국의 갯벌은 서천·고창·신안·보성-순천갯벌이었다. 신규 등재가 아닌 확대 등재여서, 한국이 보유한 세계유산 건수는 17건(문화유산 15건, 자연유산 2건) 그대로 유지된다.

철새에게 한국의 갯벌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길목이다. 중국과 러시아에서 번식한 뒤 호주로 내려가는 도요물떼새들이 중간에 내려앉아 먹이를 채우는 곳이 바로 한국의 갯벌이기 때문이다. 이번 확대 등재는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데 가장 중요하고 의미가 큰 자연 서식지여야 한다”는 세계유산 등재기준이 인정된 덕분에 가능했다.

새로 편입된 갯벌 면적은 2만7975ha다. 기존 유산과 합친 유산구역은 15만6386ha, 주변 완충구역은 10만5303ha로 늘었다. 구성요소는 보성-순천-여수-고흥갯벌, 신안-무안 탄도만갯벌, 무안 함해만갯벌, 고창갯벌, 서천갯벌, 서산갯벌 등 여섯 개다.

가로림만에 자리한 서산갯벌은 해양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인 점박이물범이 정기적으로 10여 마리씩 찾아오는 내륙 유일의 서식지다. 조류는 174종이 기록돼 2단계 신청 지역 가운데 가장 많은데, 이 중 노랑부리백로는 전 세계 생존 개체수의 5%가 넘는 180여 마리가 확인됐다. 세계 최대 서식지다.

여수갯벌에는 갯게와 붉은발말똥게, 흰발농게, 대추귀고둥, 기수갈고둥, 상괭이 등 법정보호종 여섯 종이 산다. 조류를 뺀 생물 기준으로는 등재·신청 지역을 통틀어 가장 많다. 고흥갯벌은 검은머리갈매기의 전 세계 개체수 2.3%인 800여 마리가 겨울을 나는 곳이다. 무안 탄도만갯벌이 부양하는 갯벌생물은 1318종이다.

2단계까지 더한 한국의 갯벌은 2446종의 생물을 먹여 살린다. 조류 216종 가운데 24종이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다. 도요물떼새 44종을 포함한 물새류는 114종. 여기에 대형저서동물 1349종, 저서규조류 472종, 해조류 170종, 염생식물 123종이 함께 산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이번 등재가 황해 생태계와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의 보전을 위한 국제협력을 더욱 확대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회의에선 2024년 세계유산에 등재된 사도광산에서 강제 징용된 조선인의 노역이 이뤄졌다는 역사적 사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담은 결정문이 채택됐다. 앞서 일본정부가 한국 정부, 유네스코와 합의한 ‘전체 역사 반영’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유네스코는 2027년 10월1일까지 관련 이행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등 일본 정부가 약속한 조치를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