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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사라지고 있다…벼랑 끝에 선 인류의 보물
Cover Story
유네스코가 지정한 '소멸 위기의 세계유산'
러·우전쟁 희생양 우크라 오데사
예멘 고대 도시도 내전으로 균열
말리 젠네, 이상 기후 직격탄 맞아
인니 열대우림은 과잉 관광에 신음
유네스코가 지정한 '소멸 위기의 세계유산'
러·우전쟁 희생양 우크라 오데사
예멘 고대 도시도 내전으로 균열
말리 젠네, 이상 기후 직격탄 맞아
인니 열대우림은 과잉 관광에 신음
전쟁이 삼켜버린 역사지구
최근 몇 년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이 지역에 포탄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도시의 상징이자 1809년 건립돼 시민들의 오랜 안식처가 돼준 ‘구세주 변모 대성당’은 한순간에 지붕이 뚫렸다. 수백 년의 세월을 견뎌온 모자이크 벽화의 일부도 가루로 흩어졌다. 그러나 잿더미 속에서도 사람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오데사 시민과 현지 유산 관리자들은 미사일 경보음이 울리는 현장에서 유물 하나하나를 비닐로 감쌌다. 석조 동상과 성당 기둥 주변에는 수많은 모래주머니가 사람 키를 넘어서도록 높게 쌓였다. 지워져 가는 도시의 정체성을 인간의 손으로 지키려는 눈물겨운 노력이다.
2500년 전 흙과 석회로 쌓아 올린 예멘 사나의 고대 도시도 내전으로 비슷한 일을 겪고 있다. 황토색 진흙 벽면에 석회로 그려 넣은 화려하고 기하학적인 띠 장식이 매력적인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사막의 마천루’로 불렸다. 그러나 최근까지 이어진 포격과 관리 부재 속에서 지붕부터 서서히 균열이 생기고 있다.
기후 변화가 유산의 위기로
그러나 기온이 가파르게 올라가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수년간 계속된 가뭄으로 바짝 말라 균열이 간 진흙 벽체 위로, 돌발성 폭우까지 쏟아지기 시작했다. 50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진흙 벽돌 중 상당수가 빗물에 흘러내렸다. 제대로 개발조차 된 적 없는 아프리카의 도시가, 화석연료 사용 여파로 무너지고 있는 아이러니다.
안데스산맥 너머 남미의 사막도 마찬가지다. 잉카 이전의 대제국 치무 문명이 사막 한가운데 세운 ‘찬찬 유적’은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건조한 기후 덕분에 오랫동안 거대한 진흙 성벽과 기하학적인 새, 물고기 조각의 원형 등을 고스란히 간직했다. 하지만 이상 기후가 몰고 온 엘니뇨 폭우로 정교한 조각의 형태가 무너져내리고 있다. 이상 기후가 고대인이 쌓아 올린 경이로운 시간의 흔적을 곳곳에서 천천히 지워가고 있다.
과잉 개발·관광이 부른 재앙
한국인에게도 잘 알려진 페루 잉카의 공중도시 마추픽추도 어려움에 직면했다. 해발 2430m, 구름이 걸쳐 있는 신비로운 석조 도시는 보존해야 할 유산으로 전 세계에 알려졌으나, 역설적으로 유명해진 탓에 매일 수천 명의 관광객이 몰려들어 위기에 처했다. 지역 난개발과 사람들의 과도한 발길 아래 안데스의 바위 지반이 균열을 일으키고, 석조 구조물은 미세하게 침하하고 있다. 유네스코는 마추픽추를 위험에 처한 유산으로 지정하지는 않았지만, 이전 단계인 ‘소멸 위기 경고 및 집중 관찰 유산’으로 지정한 상태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