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왼쪽)가 지난달 8일 서울대 해동첨단공학관에서 열린 ‘빌드어클로’ 행사장에서 유홍림 서울대 총장에게 학교 점퍼를 선물 받은 뒤 함께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왼쪽)가 지난달 8일 서울대 해동첨단공학관에서 열린 ‘빌드어클로’ 행사장에서 유홍림 서울대 총장에게 학교 점퍼를 선물 받은 뒤 함께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엔비디아가 서울대와 KAIST에 인공지능(AI) 연구 거점을 구축하며 국내 대학과의 산학협력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서울대에는 피지컬 AI 공동연구소를, KAIST에는 에이전틱 AI 공동연구소를 설립해 공동 연구와 AI 컴퓨팅 인프라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한국이 글로벌 빅테크의 AI 연구 및 인재 확보의 핵심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亞 대학 첫 피지컬 AI 공동연구소

엔비디아, 서울대·KAIST에 'AI 연구기지' 짓는다
24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대와 엔비디아는 관악캠퍼스에 ‘서울대·엔비디아 피지컬 AI 공동연구소’(가칭)를 설치하기 위해 이달 업무협약(MOU)을 체결할 방침이다. 피지컬 AI와 관련한 여러 연구 분야를 선정하고 분야별 공동 연구팀을 꾸리는 방식이 거론된다. 엔비디아가 아시아 대학과 피지컬 AI 공동연구소를 설립하는 첫 사례다. 지난달 젠슨 황이 서울대를 방문한 뒤 양측의 협력안이 확정 단계에 들어섰다.

공동연구소는 로봇과 기계가 실제 환경을 인식하고 판단해 움직이도록 하는 피지컬 AI를 중점적으로 연구할 전망이다. 공동 연구를 뒷받침하기 위한 컴퓨팅 인프라 협력도 확대될 전망이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로봇 학습 소프트웨어, 컴퓨팅 인프라 등이 공동 연구에 활용된다.

엔비디아 연구진이 서울대를 방문해 공동 연구와 네트워킹을 할 수 있도록 캠퍼스에 별도 공간을 마련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또 양측 연구진의 상호 방문 등도 인적 교류 방안에 담길 예정이다.

엔비디아가 서울대를 피지컬 AI 협력 대상으로 택한 배경에는 의료·자연과학 등 피지컬 AI와 연계할 수 있는 분야를 두루 갖춘 종합대학이라는 점이 꼽힌다. 피지컬 AI를 구현하려면 AI 모델을 구축할 뿐 아니라 기계 설계와 소재, 센서, 제어 등 여러 분야의 연구를 결합해야 한다. 또 전문가들은 연구, 실험이 가능한 대학과 제조할 수 있는 기업이 집적한 점도 한국의 강점으로 꼽는다.

◇韓대학 앞다퉈 찾는 빅테크

엔비디아는 KAIST와도 대규모 AI 연구 협력에 나선다. KAIST는 이날 엔비디아와 차세대 에이전틱 AI를 연구하는 ‘엔비디아·KAIST AI 공동연구소’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공동연구소는 에이전틱 AI와 한국어 특화 대규모 AI 모델, 산업별 특화 AI 모델 등을 연구한다. 엔비디아는 초기 5년간 매년 5000만달러 상당의 AI 컴퓨팅을 지원하는 등 총 3억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다. 매년 최소 10명의 KAIST 연구자를 지원하고 정규직 채용과 인턴십 기회도 제공한다. 엔비디아 연구원 출신 김현우 박사는 KAIST 조교수로 임용돼 공동연구소장을 맡을 예정이다.

엔비디아뿐 아니라 여러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이 국내 대학과 접점을 넓혀나가고 있다. 오픈AI는 서울대와 교육·연구 전반에 생성형 AI를 도입하는 ‘AI 네이티브 캠퍼스’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달부터 학내 구성원에게 교육기관용 생성 AI 서비스인 ‘챗GPT 에듀’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대에 따르면 교내 챗GPT 에듀 이용자는 현재 4만2000명에 달한다. 서울대 관계자는 “일반적인 챗GPT 서비스 이용량을 기준으로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토큰을 한 달 만에 소진할 정도로 학내 사용량이 많다”고 했다. 빅테크는 한국의 AI 관련 산업 역량을 높이 사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월 방한 당시 한국이 제조업과 메커트로닉스, AI 역량을 두루 갖췄다고 평가했다.

이경무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특임석좌교수는 “한국은 빅테크의 AI 개발 과정에서 주요 시장이자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