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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는 생활과 인간관계의 상당 부분을 온라인 플랫폼상에서 영위하고 있다. 카카오톡으로 연락하고, SNS에 일상을 기록하며, 유튜브 등 영상 플랫폼을 통해 취향과 관심사를 공유한다. 기업의 마케팅에서도 SNS와 영상 플랫폼이 핵심적인 통로가 되었고, 플랫폼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거나 콘텐츠를 제작하여 생업을 이어가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즉, 온라인 플랫폼이 우리 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기반이 된 것이다.
그런데 플랫폼은 국가가 아닌 사기업이 운영하는 공간이다. 이용자는 플랫폼이 마련한 이용약관과 운영정책에 따라 서비스를 이용하고, 이를 위반하면 게시물이 삭제되거나 계정 이용을 제한받을 수 있다. 어떤 사람에게 계정은 일상의 기록이지만, 크리에이터나 온라인 판매자에게는 수익과 영업의 기반이므로 제재의 정당성을 둘러싼 분쟁도 빈번하게 발생하는 듯하다.
반면 플랫폼도 허위 정보나 불법 콘텐츠, 사기 거래, 저작권 침해 등이 확산하는 것을 방관할 수는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플랫폼이 계정을 제재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어떠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제재해야 하는지의 문제로 볼 수 있다.
내 계정이라고 내 것이 아냐
우선 플랫폼 계정 자체를 이용자의 소유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계정은 플랫폼과 이용자 사이의 이용계약에 따라 부여되는 서비스 이용상의 지위이기 때문이다. 이용자가 작성한 글이나 영상의 저작권, 지급받지 못한 광고 수익이나 판매대금에 관한 권리도 계정 자체와는 구별되는 별개 권리이다. 팔로워나 이용 후기 역시 이용자의 노력으로 축적된 가치로 볼 수 있지만 이 역시 플랫폼이 제공하는 시스템 안에서 형성된 것이다.
따라서 이용자가 오랫동안 계정을 운영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계속 이용할 절대적인 권리를 가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플랫폼에 대한 관리권을 가진 기업은 불법 콘텐츠나 사기, 저작권 침해 등 다른 이용자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를 제한할 수 있다. 이는 플랫폼의 권한인 동시에 안전한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한 책임이기도 하다.
특히 사기나 해킹, 불법 콘텐츠는 짧은 시간에도 온라인을 통해 피해가 확산할 수 있으므로 모니터링은 물론 선제적 차단도 필요할 것이다. 다만 소수의 대형 플랫폼이 연락과 경제활동의 주요 기반이 된 상황에서 계정 제재를 전적으로 기업의 자율에만 맡기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관리 권한을 인정하되 그 행사가 합리적인 범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다.
계정 정지, 어디까지 정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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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온라인 계정 제재의 정당성이 주로 이용약관과 운영정책의 해석, 약관규제법상 불공정성 등을 통해 판단되어 왔다. 대법원은 2010년 온라인게임 이용자가 자동사냥 프로그램을 사용해 다수의 계정에 영구이용중지 조치를 받은 사건에서 게임회사의 제재를 인정하였다(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10다9153 판결). 자동사냥 프로그램이 게임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하고 다른 이용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으며, 개별 계정에 대한 제재만으로는 반복적인 위반을 막기 어렵다는 점 등이 고려되었다.
반면 2011년 같은 게임의 아이템 현금거래 사건에서는 영구이용정지를 인정하지 않았다(대법원 2011. 8. 25. 선고 2009다79644 판결). 운영정책은 현금거래가 두 차례 '적발'된 경우 등을 영구정지 요건으로 정하고 있었지만, 해당 사건에서는 여러 차례의 거래가 한꺼번에 적발되었고 운영정책 간 요건에 복수의 해석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약관의 의미가 불명확할 때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하므로, 여러 건의 거래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두 차례 적발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위 두 판결은 이용자가 운영정책을 위반했다 하더라도 모든 제재가 당연하게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운영정책이 이용계약의 내용으로 적법하게 편입되었는지, 금지행위와 제재 기준이 명확한지, 실제로 그 요건이 충족되었는지, 제재가 위반의 정도에 비해 지나치지 않은지를 구체적으로 살펴 정당성이 판단되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도 2019년 구글·페이스북·네이버·카카오 등 온라인 사업자의 이용약관을 심사하면서, 사업자가 포괄적으로 정한 사유에 따라 별도의 통지 없이 콘텐츠를 삭제하거나 계정을 종료할 수 있도록 한 조항 등을 시정하도록 하였다. 운영정책에 제재가 규정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한 것이 아니라, 그 기준이 이용자에게 예측할 수 있고, 실제 조치도 위반의 정도와 위험성에 비례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요한 건 '제재'보다 '절차'
이용자의 어떤 계정이 운영정책을 위반했다는 사실과 그 책임을 계정 명의자에게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가 된다. 해커가 탈취한 계정에서 사기성 게시물을 올리거나, 모니터링 시스템이 정상적인 게시물을 스팸이나 저작권 침해물로 잘못 판단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플랫폼이 모든 해킹과 판단 오류를 방지할 책임을 부담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방대한 콘텐츠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오류 가능성을 완전히 제거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이용자가 비밀번호나 인증수단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오류가 발생했는지 여부만이 아니라 플랫폼이 합리적인 예방·확인·복구 체계를 갖추었는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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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와 다른 접속이나 급격한 활동 변화를 탐지할 수 있는지, 해킹 피해 신고를 일반적인 이의신청과 구별하여 처리하는지, 본인 확인 후 계정과 콘텐츠를 신속하게 복구할 수 있는지 등을 살펴야 한다. 이용자에게도 2단계 인증을 설정하고 계정 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할 책임이 있다.
이러한 절차적 보호는 해외에서도 강조되고 있다. EU의 디지털서비스법은 콘텐츠나 계정을 제한하는 경우 그 구체적인 이유와 자동화된 수단의 사용 여부를 설명하도록 한다. 이용자는 무료로 내부 이의제기를 할 수 있고, 이에 대한 판단은 자동화된 수단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독일 연방대법원도 2021년 페이스북의 게시물 삭제와 계정 정지 사건에서 플랫폼의 자체적인 콘텐츠 기준은 인정하면서도, 이용자에게 삭제 사실과 이유를 알리고 반론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다만 모든 사안에 동일한 절차와 제재를 적용할 필요는 없고, 사기나 계정 해킹처럼 피해가 급박한 경우에는 우선 차단한 뒤 이유를 통지하고 사후 소명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긴급성이 낮은 사안에는 사전 경고와 시정 기회를 주고, 일회적이고 경미한 위반에는 게시물 삭제나 일시적인 기능 제한을 우선하는 등 절차와 제재의 수준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플랫폼에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위반 계정을 신속하게 제재할 권한과 책임이 있지만, 그 결정이 한 사람의 기록과 관계, 생업까지 좌우하는 만큼 제재 기준은 명확하고 예측할 수 있어야 하며, 조치는 위반의 정도와 위험성에 비례해야 할 것이다.
대원외국어고등학교 중국어과를 나와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을 수료했다. 2010년 52회 사법시험에 합격(사법연수원 42기)해 법조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법무법인 정행, 한별 등을 거쳐 2022년부터 동인 변호사로 일해 왔다. 변호사 생활 초반부터 지식재산권(IP)과 엔터테인먼트, 가상자산 분야를 주로 맡았다. 유명 캐릭터 저작권 분쟁에서 여러 차례 승소하며 이름을 알렸고, 연예인, 축구선수 등 소속사 관련 소송에서도 눈띄는 성과를 거뒀다. IP 양·수도, 에이전시, 조인트벤처(JV), 영화·애니메이션, 기타 콘텐츠 관련 각종 판권 및 OTT 등 계약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자문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