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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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극장가에서 파죽지세를 보여주고 있는 영화 ‘호프’가 할리우드발 흥행 암초를 만난다. 7말8초 휴가철에 맞춰 역대급 블록버스터로 손꼽히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와 ‘오디세이’가 개봉하면서다. 700만명인 ‘호프’ 손익분기점 완주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메가박스의 셈법도 다소 복잡하다.

24일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호프’는 전날까지 264만8000여명의 누적관객을 기록하며 지난 15일 개봉한 이후 줄곧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고 있다. 개봉 5일 차에 연상호 감독의 ‘군체’(6일 차)를 제치고 올해 최단기간 200만 돌파 기록을 세웠다.

‘호프’는 ‘왕과 사는 남자’(1691만) ‘살목지’(324만) 등 모처럼 흥행작이 많은 올해 영화시장에서도 가장 화제성 높은 작품으로 손꼽혀 왔다. 업계 추정 제작비만 600억원 이상으로 역대 한국영화 최고액을 들인 작품인데다, 지난 5월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며 일찌감치 시장 안팎에서 주목 받았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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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는 그간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속도감과 스케일로 호평받으며 관객을 끌어모았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8일 배포한 225만장 분량의 2차 영화 관람료 6000원 할인권 수혜를 봤다. 극장업계에 따르면 주요 멀티플렉스 4사(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씨네큐)의 할인권이 약 2주 만에 전량 소진됐는데, 소비 수요가 대체로 ‘호프’에 쏠렸다는 분석이다.

호불호 양극화에 흥행세 주춤?


다만 흥행질주 속에서도 ‘호프’가 손익분기점(BEP)에 닿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제작비 등을 고려한 BEP 목표치가 다른 영화와 비교해 높은 데다, 경쟁 환경도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호프’의 당초 업계 추정 BEP는 1000만명 이상이었으나, 칸 영화제 마켓에서 전 세계 200여개국에 선판매하며 순제작비 절반가량을 회수하며 약 700만명으로 조정됐다.

문제는 하향 조정된 BEP도 최근 시장 여건과 ‘호프’의 장르 특성을 고려하면 넘기 쉬운 수치가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3년간 극장에서 700만 명 이상이 관람한 국내 영화가 단 4편에 불과하다. 이 중 ‘파묘’(2024·1191만)를 제외하면 ‘범죄도시4’(2024·1100만), ‘베테랑2’(2024·724만), ‘왕사남’ 모두 대중성이 강한 전형적인 상업영화다.
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호프' 기자간담회. /사진출처. 뉴스1.
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호프' 기자간담회. /사진출처. 뉴스1.
‘호프’는 한국 영화에선 흔히 볼 수 없는 공상과학(SF)물인데다, 다소 불친절한 스토리텔링이 기존 국내 관객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오는 등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작품이다. 개봉 첫 주 흥행에 힘을 보탰던 영화 할인권 특수가 끝난 상황에서 관객 유입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평단의 호평이나 애호가의 관람이 대중적 소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왕사남’처럼 대중적인 작품은 입소문을 타고 흥행 역주행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작품성에 방점을 두거나 호불호 큰 작품들은 400만~500만 구간에서 관객 드롭률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오디세이’에 특수관 내줄 위기


전통적인 성수기인 8월을 노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등판도 ‘호프’의 입지를 압박하는 분위기다. 막강한 IP(지식재산권) 파워를 가진 마블의 ‘스파이더맨 4’와 글로벌 개봉 첫 주말에만 2억6400만 달러(약 3900억원)의 역대급 티켓 매출을 올린 ‘오디세이’가 각각 오는 29일과 다음 달 5일 개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두 외화 모두 특수관 최적화 포맷이라 아이맥스(IMAX), 4DX, 스크린X, 돌비 시네마 등 객단가 높은 특수상영관 분산이 불가피하다.
영화 '스파이더맨 4', '오디세이' 포스터. 소니픽처스, 유니버설픽처스 제공
영화 '스파이더맨 4', '오디세이' 포스터. 소니픽처스, 유니버설픽처스 제공
영진위에 따르면 이날 기준 ‘스파이더맨4’의 예매율이 50.2%로 ‘호프’(25%)를 앞질렀다.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메가박스중앙 입장에선 위탁상영관 정산 등 유동성을 확보하고, 기업가치 재평가를 받기 위해 자사 영화사업부문인 플러스엠이 배급한 ‘호프’의 매출 확대가 절실하지만 ‘호프’에만 상영관을 집중할 수 없는 이유다. 실제로 메가박스 코엑스의 경우 다음 달 1일 ‘스파이더맨 4’에 돌비 시네마를 포함한 10회차 편성했지만, ‘호프’는 3회차에 그쳤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호프’는 실험성과 투자 규모 면에서 그간 한국 영화시장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영화”라며 “침체된 국내 영화시장에서 투자와 제작 등 도전적인 시도가 계속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바로미터인 만큼 흥행이 이어지길 응원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유승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