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
충북 음성 29일, 서울 8월 1~2일 공연
클래식과 현대무용 아우르는 무대 예고
'파리 오페라 발레(POB) 세 번째 한국인 정단원', '14세 때 최연소 호두까기인형 전막 데뷔', '세계 콩쿠르 싹쓸이'…. 발레리나 윤서후(27)의 이름 앞엔 늘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 무대에 서달라는 제안마다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다, 조금만 더 있다가 가겠다"며 사양했다. 그런 그가 입단 10년 만에 한국 관객 앞에 선다. 올해 1월부터 솔리스트급인 '쉬제(Sujet)'로 승급해 활동하는 윤서후를 지난 23일 서울 대학로 예술극장에서 만났다.
23일 서울 대학로 예술극장에서 만난 파리 오페라발레단 쉬제 윤서후. 2026 아르코 썸 페스타 제공
10년 만의 내한 무대를 결심한 이유는 명확했다. 남의 시선에 갇힌 '신동'이 아니라, 파리 오페라 발레에서 10년간 뼈를 깎으며 체화한 진짜 '프랑스 스타일'을 보여줄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윤서후는 오는 29일 충북 음성문화예술회관, 8월 1~2일 서울 나루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제23회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 무대에 오른다. 이번 공연은 '대한민국공연예술제'로 선정되며 '2026 아르코 썸 페스타'의 일환으로도 펼쳐진다.
이번 귀국 무대를 위해 그가 직접 준비한 프로그램은 한국에서 쉽게 만나기 어려운 루돌프 누레예프 안무의 '백조의 호수' 중 4막, 오데트 파드되(2인무)와 '레이몬다'의 결혼식 장면인 그랑 파드되다. "프랑스 발레는 화려함을 덜어낸 미니멀함이 특징이에요.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느껴지는 우아함이 있어요."
파리 오페라발레단 무대에서 춤추는 윤서후. 2026 아르코 썸 페스타 제공
이번 무대에는 같은 발레단 동료 맥스 달링턴이 함께 한다. "서로 성격이 강해 지적하다 싸우기도 하지만 무대 위 왕자 그 자체인 동료"라며 프랑스 고유의 색채를 전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지금의 여유가 생기기 전까지는 가시밭길과 다름 없었다. 러시아식 바가노바 스타일을 배웠던 소녀에게 프랑스 발레 특유의 섬세함은 거대한 벽이었다. "너 잘하는 거 알겠어, 그런데 프랑스 느낌은 아니잖아"라는 얘길 들으면 눈물이 쏟아졌다고. 외국인 단원이 드문 조직에서 살아남으려고 150명 전 단원의 이름과 사진을 노트에 적고 달달 외웠고, 호출되면 5분만에 무대 위에 올라야하는 대타 캐스팅을 위해 죽어라고 연습했다. 그럼에도 승급 속도는 빠르지 않았다. 2019년엔 번아웃과 슬럼프가 그를 덮쳤지만 "내가 발레를 좋아해서 선택한 길"이라고 되뇌이며 파리를 자신의 집으로 삼았다.
파리 오페라발레단 쉬제, 윤서후 발레리나. 2026 아르코 썸 페스타 제공
지난해 승급 시험을 앞두고 감행한 금발은 남의 기대를 벗어나 자기 주도성을 되찾은 윤서후의 선언과도 같았다. 당시 'Who cares?(상관없어!) '라는 도발적 제목의 작품을 하면서 내린 결정이었다.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 쉬제에 오른 그는 이제 최고 직급인 에투알(수석무용수)이라는 타이틀보다 '카멜리아 레이디'의 마르그리트처럼, 한 인간의 깊은 내면을 연기할 수 있는 무용수를 꿈꾼다. "클래식, 컨템퍼러리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친 무용수가 아닌게 저의 장점이에요. 춤으로 감정과 위로를 전하는 예술가가 되고 싶어요. 이번 공연이 관객분들의 삶에 새로운 활력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