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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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한국을 포함한 80여개국에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상품의 유통을 충분히 방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0~12.5% 보복 관세 부과를 시작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3일(현지시간) 무역법 301조에 따라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의 수입 금지 조치를 시행하지 않거나 집행이 미흡한 60개 무역파트너에 24일 오전 0시1분(미 동부시간 기준)부터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27개국으로 구성된 유럽연합(EU)을 고려하면 총 80여개국이 이번 조치의 적용을 받게 된다.

강제 노동 생산품의 수입 금지 조치를 이미 시행 중이거나 상호무역협정(ART)을 통해 도입을 약속한 캐나다, 멕시코, 영국 등 17개국에는 10% 관세가 부과된다. EU와 대만은 최혜국세율(MFN)과 이번 301조 관세를 포함한 합계 관세율이 10%를 넘지 않도록 조정한다. 다만 세율이 10%를 초과하는 일부 상품은 기존 세율이 그대로 유지되는 구조다.

미국은 또 강제 노동 생산품에 대한 수입 금지 체계가 미비하다고 판단한 중국, 러시아, 베트남 등 나머지 국가에는 12.5%의 관세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한국과 일본, 스위스는 MFN과 이번 301조 관세 합산한 총 관세율이 12.5%를 넘지 않도록 조정한다. 역시 MFN 세율이 12.5%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기존 세율이 유지된다.

반면 중국과 베트남 등은 이같은 ‘합계 관세율 상한’ 개념이 적용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대중 관세율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초기부터 존재했던 기존 관세율(가중평균시 약 12.5%)에 강제노동 301조 관세율(12.5%)이 합산되어 25% 수준이 될 전망이다. 그렇더라도 지난해 상호관세 및 펜타닐 관세가 부과되던 시점에 비하면 동맹국과 중국에 대한 관세율 격차가 크게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 2월 대법원에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따른 상호관세 및 펜타닐 관세를 위법하다고 판결하자 즉각무역법 122조에 따른 글로벌 관세(10%)를 발표했다. 이번 강제노동 관련 301조 관세는 글로벌 관세의 최장 부과기간(150일)이 24일로 만료된 데 따라 생길 수 있는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한 ‘징검다리 관세’의 성격이 강하다.
USTR이 공개한 팩트시트. /USTR 홈페이지
USTR이 공개한 팩트시트. /USTR 홈페이지
트럼프 정부는 궁극적으로 무역법 301조를 이용해 국가별 및 산업별 관세를 도입하려 하고 있다. 향후 공급과잉 및 디지털 무역 등에 관한 조사 내용이 추가되고, 국가별 협의 과정을 거쳐 최종 관세율이 확정될 경우 합산 관세율의 상한을 정하는 식으로 강제노동 관세는 실효성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
USTR은 목재, 반도체 제조 장비, 의약품 원료 등 471개 품목은 이번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철강·알루미늄·자동차부품 등 기존 품목별 관세 대상인 경우에도 이번 관세와 무관하게 품목 관세율을 따른다.

이날 USTR 발표 내용 중에는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4개국에 대한 '3년 한시적 관세 할당(TRQ) 제도'가 포함됐다. 4개 국가가 강제 노동 위험이 큰 타국산 원자재 대신 미국산 면화 및 섬유 원재료를 사용할 경우 특정 의류 제품에 대해 301조 관세를 면제해 주는 방식이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이번 조치가 "현대판 노예제인 강제 노동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뿌리 뽑고 미국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는 미국이 다양한 301조 조사 결과를 반영할 때 최종 관세율이 지난해 대미투자(3500억달러) 무역협상 과정에서 결정된 15%를 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양국이 관세 합의를 준수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있는 만큼,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인 공급과잉 301조 등을 포함해 최종적으로 양국 간 합의한 15%가 지켜질 수 있도록 미 측과 긴밀히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등이 현재 워싱턴DC에서 미국 측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김리안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