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가족부/ 사진 = 연합뉴스
성평등가족부/ 사진 = 연합뉴스
온라인에서 원치 않는 성적 대화나 사진 전송 등을 요구받은 청소년의 피해 사례 10건 중 6건 이상은 피해 사실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인자의 요구를 그대로 들어준 사례도 7건 중 1건꼴이었지만 플랫폼 신고 기능을 이용한 경우는 4%에 그쳤다. 성착취 피해를 처음 경험하는 연령도 갈수록 낮아지면서 온라인에서 위험에 노출된 청소년을 조기에 보호할 수 있는 대응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성평등가족부가 공개한 ‘2025년 성매매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중·고등학생 4203명을 조사한 결과 온라인 성적 유인 피해를 경험한 청소년 201명에게서 총 273건의 피해 사례가 확인됐다.

피해 사례의 62.9%는 피해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은 이유로는 ‘신고하거나 알릴 만큼 심각하지 않아서’가 44.1%로 가장 많았다. ‘너무 당황스러워서’가 10.4%, ‘누군가 알게 되는 것이 싫어서’가 8.1%로 뒤를 이었다.

피해를 당한 뒤에도 신고보다 혼자 상황을 피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전체 피해 사례의 43.9%는 상대방의 요구를 무시하고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상대방의 접근을 차단한 경우는 11.5%, 그만두라고 경고한 경우는 8.3%, 해당 앱이나 사이트를 나가거나 삭제한 경우는 6.8%였다.

반면 앱이나 플랫폼의 신고 기능을 이용한 경우는 4.0%에 불과했다. 유인자의 요구를 그대로 들어준 사례는 14.8%에 달했다. 플랫폼에 신고하지 않은 이유로는 ‘신고할 만큼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라는 응답이 39.8%로 가장 많았다.

온라인 성적 유인의 주요 통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였다. 전체 피해 사례의 51.9%가 인스타그램·페이스북·엑스(X)·틱톡 등 SNS·피드형 플랫폼에서 발생했다.

다만 온라인 성적 유인 피해율 자체는 낮아지는 추세다. 피해 인원 기준으로 2019년 11.1%에서 2022년 5.3%, 지난해 4.8%로 감소했다. 여학생의 피해율은 5.3%로 남학생(4.3%)보다 높았고, 중학생(5.4%)이 고등학생(3.9%)보다 피해를 더 많이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11세까지 내려간 피해 연령

성착취 피해를 처음 경험하는 연령은 낮아지고 있다. 전국 17개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 지원센터를 이용한 위기청소년 가운데 관련 문항에 응답한 151명을 조사한 결과 최초 피해 경험 연령은 14세가 30.5%로 가장 많았다. 15세가 20.5%, 13세와 16세 이상이 각각 18.5%였다.

12세에 처음 피해를 경험했다는 응답도 7.3%였고 11세 피해 사례도 1건 확인됐다.

과거 조사와 비교하면 피해 연령이 낮아지는 흐름이 뚜렷하다. 2019년에는 최초 피해 연령이 16세 이상이라는 응답이 49.4%로 절반에 달했고 2022년에도 41.7%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에는 이 비율이 18.5%로 줄었다. 반면 13세 피해 비중은 2019년 2.6%에서 지난해 18.5%로 높아졌고, 12세도 같은 기간 1.3%에서 7.3%로 증가했다. 연구진은 피해 연령이 낮아진 원인을 별도로 분석하지 않았지만 스마트폰 사용 연령이 낮아진 점 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성착취 피해 이후 더 심각한 피해로 이어진 사례도 적지 않았다. 피해 경험자 151명 가운데 82명(54.3%)은 성착취 과정에서 추가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복수 응답으로 조사한 결과 강간 등 강제 성관계를 경험한 비율이 35.4%로 가장 높았다. 욕설·위협을 당하거나 약속한 돈을 받지 못한 경우도 각각 29.3%였다.


추가 피해를 경험한 82명 가운데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52.4%에 그쳤다.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이유로는 ‘처벌받을까 두려워서’가 25.6%로 가장 많았다. ‘피해 사실이 알려지는 것이 꺼려져서’가 20.5%, ‘도움을 청할 곳을 몰라서’가 12.8%였다.

온라인에서는 성매매 광고와 알선 정보도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이 지난해 3~7월 성매매 업소 사이트 77곳에서 수집한 업소 정보는 2만1476건에 달했다. 엑스에서 성매매 관련 키워드로 수집한 게시물을 분석한 결과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1만8374건 가운데 57.0%가 성매매 알선이나 업소 광고 게시물로 분류됐다.

지난해 10월 기준 랜덤채팅 앱 295개를 조사한 결과 12개는 실명·휴대전화 인증이나 신고 기능 등 법정 기술적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이 온라인 성적 유인을 피해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신고를 꺼리는 경우가 많은 데다 피해 연령까지 낮아지고 있는 만큼 저연령층 대상 예방교육과 플랫폼의 신고·차단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소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