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시절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굽겠다”던 국토교통부 장관 발언은 이번 정부 들어 ‘닥치고 공급’(닥공)이라는 구호로 바뀌었다. 바뀐 정부마다 주택 공급 확대를 최우선 정책 과제로 제시했지만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토지 확보부터 인허가 지연, 공사비 상승,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축, 금융·세제 규제까지 공급 전 과정에서 이른바 ‘5대 장벽’이 겹겹이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국토부 통계누리에 따르면 서울에서 2020~2022년 인허가된 주택 18만3055가구 가운데 이후 3년간 착공으로 이어진 물량은 9만1490가구에 그쳤다. 재건축과 재개발 등 정비사업은 통상 인허가 후 착공까지 3년 안팎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수 사업이 착공 단계에서 발이 묶인 것이다.
서울시내 아파트 전경
서울시내 아파트 전경
주택 공급 효과는 착공 이후 준공과 입주 단계에서 나타난다. 정부가 잇달아 공급대책을 내놨음에도 입주절벽과 주거 불안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 이유다. 올해 들어 5월까지 서울 주택 준공 물량은 1만3111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2440가구)보다 41.6% 감소했다. 입주할 수 있는 집이 1년 새 절반 가까이 줄었다.

입주 물량 감소는 매매시장뿐 아니라 전·월세 시장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PF 대출 위축으로 신규 아파트 공급이 늦어지면서 기존 세입자가 눌러앉고, 그 압력이 전셋값은 물론 매매가도 밀어 올린다. 여기에 매수 후 2년간 실거주 의무를 부과하는 토지거래허가제와 대출 규제까지 겹쳐 도심 전·월세 공급 여력은 더 위축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자생적으로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생태계를 복원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진미윤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인허가 물량과 착공 물량의 간극이 갈수록 벌어지는 게 문제”라며 “주택 건설을 지원하는 생산적 금융과 도시 규제 완화를 통해 공급 파이프라인을 복원하고, 공급 주체 다변화와 공공의 역할 확대를 포함한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