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보유세 강화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초고가·다주택자와 비거주 1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종합부동산세 부담 강화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정부는 은퇴한 고령자와 지방, 일시적 비거주 등에는 예외를 두는 등 부담을 차등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23일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 내용을 반영해 이르면 이달 말 2027년 세제 개편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 보유세 높이되 차등 적용
이 대통령은 이날 대토론회에서 “보유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점에는 (국민들이) 대체로 동의하는 것”이라며 “그러면 어느 범위에서 어느 정도로 강화할지, 어떤 차등을 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보유세 강화는) 사실 과거에 했어야 하는 일인데, 지금은 (집값이) 너무 많이 올라버렸다”며 “지금이라도 앞으로의 일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1주택자에 대한 세제 혜택이 ‘똘똘한 한 채’로 이어지며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다는 게 이 대통령의 인식이다.
< “내집은 어디에”…착잡한 청년 >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업소 게시판에 아파트 매물 안내문이 붙어 있다. 2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27% 오르며 76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상승폭은 한 주 전(0.3%)보다 0.03%포인트 줄었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둔화한 것은 3주 만이다. 뉴스1
관건은 새로운 초고가 주택의 기준이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전국 평균(약 5억원)의 두 배인 시가 10억원 이상을 초고가로 보자고 제안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지방에 계신 분들이 보기엔 30억 아파트는 당연히 초고가이지만 수도권이나 서울에 사시는 분들은 시가 30억, 과세 표준으로 하면 15억에 중과세를 한다고 하면 엄청난 조세저항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초고가 주택에 대한 보유세 인상은 필요하지만 부담을 급격히 올리는 데에는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시가 40~50억 아파트를 초고가 주택의 기준으로 삼아 새 과표를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거주 여부 등에 따른 다양한 차등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통상적 1주택을 기준으로 적정한 보유 부담을 설정하고, 거주하는 경우는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직장, 교육 등의 사정 때문에 일시적 비거주가 된 1주택에 대해서는 실거주와 똑같이 취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1주택이라도 비거주라면 세제 혜택을 주면 안된다”는 기존의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실거주라는 용어로 거주용으로 바꾸기로 했다고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서민용 주택과 지방에 대한 배려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신 호화 주택, 다주택, 명백한 투기용 등에는 부담을 가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양도세 장특공제 단계적 강화
이날 토론회에서는 부동산 양도소득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현재 1가구 1주택자는 양도가액이 12억원을 넘으면 그 초과분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하는데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받으면 세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다만 이 대통령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부담을 일부 완화해 ‘퇴로’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80% 중과되면서 파느니 정권 교체를 기대하면서 버티겠다는 경우가 많아졌을 것”이라며 “어떤 탈출로, 퇴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도 맞는 말”이라고 했다. 다만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종료한 지난 5월 9일 주택을 매각한 다주택자보다는 높은 부담을 지워야 한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국가 최고책임자가 한 얘기를 믿고 처분한 사람이 손해를 보는 느낌이 들면 안 된다”며 “그것보다는 적게 탈출할 수 있는 기회를 한시적으로 주는 게 어떠냐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양도세 역시 실거주 중심으로 개편할 방침이다. 장특공제 때 각각 최대 40%인 ‘보유’와 ‘거주’ 비중에서 보유 비중을 줄이고, 거주 비중을 늘릴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개편 유예를 통해 매물을 유도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폐지해 매물을 유도한 것과 같은 방식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세제 개편안이 역대급 ‘누더기’가 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종부세, 양도세 등 세목과 세율이 더욱 복잡해지는 것은 물론 수십 가지 예외 조항이 붙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