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칸디나비아 디자인, 북유럽의 미감은 제품이나 브랜드에도 있지만 공간과 그 안에서의 경험에서 더욱 확연히 느낄 수 있다. 그러니 오감으로 북유럽 감성을 느끼고 싶은 이들이라면 이곳은 위시 리스트에 꼭 넣기를 바란다. 특히나 물가가 비싼 이곳에서 제대로 된 곳을 가서 먹고 즐겨야 돈이 아깝지 않을 테니까. 일부 리스트업은 북유럽과 한국을 연결하며 문화를 기반으로 디자인과 라이프스타일를 아우르는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김희진 북유럽 문화원 대표의 도움을 받았다.

내년 한국 상륙, 북유럽 스페셜티 커피 라 카브라(La Cabra)

라 카브라 노드하운 지점 내부 ©La Cabra
라 카브라 노드하운 지점 내부 ©La Cabra
커피 공화국인 한국에는 최근 몇 년간 글로벌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가 속속 들어왔다. 미국, 캐나다부터 유럽에 이르기까지, 그 지역도 다양했다. 이 가운데 예민한 한국인들의 입맛에 2012년 덴마크에 문을 연 라 카브라가 들어왔다. 라 카브라는 북유럽 감성을 담은 덴마크 로컬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다. 이 브랜드가 흥미로운 건 공동 설립자를 포함해 회사 구성원에 건축가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라 카브라 커피와 베이커리 메뉴들 ©La Cabra
라 카브라 커피와 베이커리 메뉴들 ©La Cabra
좋은 커피 원두와 로스터리, 잘 구운 빵과 같은 요소는 차치하고라도, 이들은 처음부터 브랜드 경험 자체에 집중하고 그만큼 브랜딩과 디자인, 공간에도 힘을 기울인다. 이는 북유럽의 공간이나 브랜드 등에서 보여지는 여유와 진중함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공간은 브랜드 철학을 드러내는 중요한 요소다. 지역주의, 장인 정신, 그리고 공간의 리듬을 통해 이들은 절제와 정직성, 명료함 등을 드러낸다. 현재 라 카브라는 뉴욕과 방콕에 진출해 있으며, 특히 빠른 변화와 속도에 익숙한 뉴요커들에게는 특유의 여유와 미감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그리고 내년 상반기, 라 카브라는 서울 한남동에도 문을 열 예정이다. 북유럽 특유의 브랜드 감성이 서울이라는 배경 속에서 어떻게 그려질지 기대된다.

물, 문화 그리고 건축이 어우러진 워터 컬쳐 하우스

올해 가을 완공 예정인 워터 컬쳐 하우스 랜더링 이미지 ©Kengo Kuma&Associates ,Luxigon
올해 가을 완공 예정인 워터 컬쳐 하우스 랜더링 이미지 ©Kengo Kuma&Associates ,Luxigon
올해 늦은 가을 오픈 예정인 복합문화공간 워터 컬쳐 하우스는 코펜하겐의 니하운(Nyhavn) 지역과 오페라 하우스 인근에 위치해 있다. 건물이 위치한 페이퍼 아일랜드는 원래 신문과 종이 보관소로 이용되던 섬으로, 2024년 재개발을 거쳐 도시형 주거·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중이다. 특히 워터 컬쳐 하우스는 일본의 대표 건축가 쿠마 겐고가 설계해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켄고 쿠마가 랜더링한 내부 수영장 이미지 ©Kengo Kuma&Associates
켄고 쿠마가 랜더링한 내부 수영장 이미지 ©Kengo Kuma&Associates
가벼운 유리 구조물 위에 떠 있는 듯한 건물에는 벽돌로 이뤄진 독특한 구조와 지붕선 사이에 연중 목욕이 가능한 야외 수영장이 있다. 일종의 항구 목욕탕이자 커뮤니티 공간인 셈인데, 이는 도시 개발을 통해 한 지역이 주거와 문화 생활이 결합된 복합 공간으로 변모하는 또 다른 사례여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건축가 쿠마 겐고는 코펜하겐의 항구 환경을 존중하고 보완하는 방식으로, 로컬에 실험성을 얹었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이곳의 운영·유지 또한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 지 지켜볼 만하다.

155년 된 달콤함의 깊이, 라 글라스(Conditori La Glace)

그리 크지 않은 매대에 빼곡히 채워진 라 글라스의 메뉴들 ©La Glace
그리 크지 않은 매대에 빼곡히 채워진 라 글라스의 메뉴들 ©La Glace
라 글라스는 1870년 문을 연 디저트&베이커리 카페다. 155년 동안 3대째까지는 창업자인 니콜라우스 헤닝센의 가문이, 이후는 스테이지토른 콜로스 가문이 이어서 3대째 운영하고 있다. 지난 해 10월, 현재 운영자인 자매가 어머니로부터 인수했고 현재 대부분의 직원이 친인척을 포함한 가족 23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코펜하겐 도심에 위치한 라 글라스 매장은 다소 소박하지만 그 면면을 들여다보면 브랜드의 역사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19세기 북유럽 살롱 문화가 느껴지는 테이블 세팅 ©La Glace
19세기 북유럽 살롱 문화가 느껴지는 테이블 세팅 ©La Glace
한때 여러 덴마크의 문학가와 예술가들이 많이 모이던 사랑방으로도 유명했다는 이곳에는 여전히 수많은 고가구와 오브제가 즐비하고, 몇몇 1900년대 초반의 의자와 싱크대는 지금까지도 사용 중이다. 이러한 헤리티지는 메뉴에서도 느껴진다. 1891년에 초연한 연극에서 영감을 얻은 ‘스포츠 케이크(Sports kage)’, 핫초콜릿 등 전통 방식으로 만든 베이커리부터 달콤하고 풍성한 맛의 디저트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솔직히 다른 설명보다 먹는 순간, 결국 F&B의 기본이자 시작과 끝은 맛에 있음을 느끼게 된다.

육각형 능력치를 가진 디자인 공간, 프라마(Frama) 쇼룸

프라마 플래그십 스토어 내부 ©Frama
프라마 플래그십 스토어 내부 ©Frama
2011년 설립된 프라마는 공간 디자인, F&B, 가구와 조명부터 향수, 스킨케어까지 아우르는 디자인 브랜드다. 아이돌로 치면 올어라운더에 가까운 셈이다. 이들의 모든 미감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프라마 쇼룸이자 플래그십 스토어로, 1878년에 문을 연 성 바오로 약국(St. Pauls Apotek) 건물을 사용하고 있다. 오크나무 약서랍과 고풍스러운 천장, 오랜 벽면과 바닥의 흔적을 그대로 두고, 프라마 특유의 차가운 알루미늄 가구와 미니멀한 오브제를 배치해 목가적인 분위기를 묘하게 해석했다.
오크나무로 만들어진 약서랍과 바닥, 천정 모두 19세기 약국 모습을 그대로 살렸다 ©Frama
오크나무로 만들어진 약서랍과 바닥, 천정 모두 19세기 약국 모습을 그대로 살렸다 ©Frama
북유럽 특유의 미니멀함 위에 프라마는 소재가 가진 날 것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내며 새로운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스타일을 만들어냈다는 평을 받는데, 공간에서도 이를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프라마 스토어 옆에는 브랜드가 직접 운영하는 카페도 있다. 제철 재료로 만드는 정갈한 메뉴들을 프라마의 식기와 가구로 가득 찬 공간에서 즐길 수 있다.

로컬처럼 살아보고 싶다면, 호텔 프리하브넨(Frihavnen)

친근한 동네 풍경을 연상케하는 호텔 외부 ©HotelFrihavnen
친근한 동네 풍경을 연상케하는 호텔 외부 ©HotelFrihavnen
덴마크어로 자유항(Free Port)라는 뜻을 가진 프리하브넨 호텔은 실제로 코펜하겐의 항구 지역이자 무역의 중심지인 노드하운(Nordhavn)에 위치해 있다. 북유럽 특유의 클래식한 스타일의 호텔과 달리 프리하브넨은 벽돌로 만든 현대적인 건축물에 컬러풀하고 기능적인 공간과 가구로 구성되어 있으며 세련된 면모를 좀 더 강조한다.
조식을 위한 공간 작고 소박하지만 덴마크 가정식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HotelFrihavnen
조식을 위한 공간 작고 소박하지만 덴마크 가정식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HotelFrihavnen
현재 노드하운 지역은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주거와 오피스, 문화 공간 등으로 변모하고 있는 중이기에 호텔 프리하브넨 또한 그 변화의 중심에 새로운 감성을 불어넣는 곳이 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덴마크 유명 디자인 가구와 조명으로 구성된 이곳은 작고 감각적인 디자이너의 스튜디오 같기도 하다. 운영 또한 일반 호텔의 방식보다는 캐주얼하고 가정적인 스타일이며, 호텔 조식 또한 농가에서 공수한 유기농 제철 식재료로 만든 덴마크 가정식을 제공한다.
호텔 프리하브넨 라운지 ©HotelFrihavnen
호텔 프리하브넨 라운지 ©HotelFrihavnen
호텔 인근도 꽤나 매력적이다. 디자인 편집숍, 유명 베이커리와 레스토랑, 카페는 물론이고 근처에는 바다 수영장까지 있어 코펜하겐의 항구 지역의 매력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