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이중 열돔
2018년 여름 대한민국을 덮친 대폭염은 기후 재난을 방불케 했다. 그해 8월 1일 강원 홍천의 낮 최고기온은 41도까지 치솟았다. 1907년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후 111년 만의 최고였다.

서울도 39.6도를 찍었고, 밤 최저기온이 30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초열대야 현상이 처음 나타났다. 대구의 한 백화점에선 외벽 유리 근처 스프링클러가 달궈진 열기를 화재로 오인해 작동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당시 온열질환자는 사상 최대인 4556명에 달했고, 48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즈음 언론과 기상당국이 대폭염을 설명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용어가 ‘이중 열돔(double heat dome)’이다. 위층의 고온건조한 티베트고기압과 아래층의 고온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이 마치 무거운 솜이불 두 겹처럼 한반도 상공을 덮으면서 뜨거운 공기를 가둔다. 하강기류는 구름마저 밀어내 강한 햇볕이 지표면에 그대로 내리쬔다. 대폭염을 만드는 최악의 대기 메커니즘이다.

이중 열돔은 한반도 주변에서만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이 아니다. 최근 서유럽 전역을 펄펄 끓는 가마솥으로 만든 ‘오메가(Ω) 블록’도 이중 열돔과 비슷한 원리로 형성된다. 기상학계는 기후 변화로 대류권 상층의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고기압을 밀어내는 힘이 줄어들고, 강하게 발달한 고기압이 한곳에 오래 정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올해는 적도 부근의 해수면 온도가 오르는 엘니뇨 현상까지 겹치면서 폭염의 강도와 지속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지난 주말 이중 열돔으로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내려졌다. 경북 포항·경산에는 사상 첫 폭염중대경보까지 발령됐다. 폭염은 에너지 수요 폭증과 물가 불안을 부추기는 복합 위험이다. 2018년 대폭염 때는 가축 908만 마리가 폐사했고, 채소류 가격이 급등하면서 히트플레이션이 현실화했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폭염까지 장기화한다면 하반기 물가 전반이 크게 흔들릴 수 있어 걱정이다.

여름 더위가 주는 계절의 낭만이 두려움으로 변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아주 오래전부터 대자연이 보내온 경고를 무시한 대가일지도 모른다.

이정호 논설위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