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아트센터 콘서트홀에 파이프 4576개를 갖춘 대형 오르간이 설치돼 있다.  부천아트센터 제공
부천아트센터 콘서트홀에 파이프 4576개를 갖춘 대형 오르간이 설치돼 있다. 부천아트센터 제공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가 아이돌 음악에 나오다니, 정말 실화인가요?” 최근 공개된 걸그룹 미야오(MEOVV)의 신곡 ‘띠로리’를 두고 한 온라인 클래식 동호회 회원들이 나눈 대화다. 이들의 귓가를 사로잡은 건 일상 속 좌절의 순간에 효과음으로 자주 쓰이는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 D단조’ 도입부 멜로디다. 미야오가 이 친숙한 선율을 신곡 오프닝에 파격적으로 차용하면서 교회나 성당의 악기로 머물던 오르간의 새로운 가능성을 증명해냈다.

이처럼 성스러운 음색과 현대적 변주의 매력을 동시에 품은 파이프 오르간의 다채로운 숨결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국내 공연들이 하반기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5000여 개 파이프로 만든 숲

부산콘서트홀의 음향 엔지니어.  이주현 기자
부산콘서트홀의 음향 엔지니어. 이주현 기자
현재 국내 클래식 콘서트홀 가운데 파이프 오르간이 설치된 곳은 서울 롯데콘서트홀과 부천아트센터, 부산콘서트홀 등 세 군데뿐이다. 2016년 개관한 롯데콘서트홀이 2000석 이상 클래식 전용홀 중 최초로 선보인 이후 전국으로 저변이 넓어졌다.

이들 공연장의 상징인 파이프 오르간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건축물이다. 무대 뒤편 문을 열고 들어가면 10㎜ 미만부터 10m에 이르는 크고 작은 파이프 5000여 개가 숲을 이룬다. 건반을 누르면 선택된 파이프로 바람이 공급되며 울림이 만들어지는데, 파이프가 길수록 깊고 낮은 음을 낸다. 피아노와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음색 조절 장치인 ‘스톱(Stop)’에 있다. 연주자는 이 장치로 바이올린, 플루트, 트럼펫 등 다양한 악기의 음색을 자유자재로 구현할 수 있는데, 이는 오르간이 ‘악기의 황제’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반기 무대 물들일 거장들의 선율

롯데콘서트홀은 웅장한 음향이 두드러지는 오스트리아 ‘리가(Rieger)’사의 오르간을 사용한다. 오는 22일 이곳에선 오르가니스트 듀오 노선경·그랜트 스미스 부부가 바흐의 ‘판타지아 G장조’, 라흐마니노프의 ‘타란텔라’ 등을 연주한다. 공연엔 아티스트 박은수가 오르간 선율에 맞춰 그려내는 정교한 모래(샌드아트) 퍼포먼스로 시각적 즐거움을 더하며 피아니스트 김경민이 무대 뒤편으로 직접 들어가 파이프 오르간의 구동 원리를 관객들에게 실시간 생중계하는 특별한 시간도 마련된다.

오는 10월에는 ‘오르간의 거장’ 올리비에 라트리가 아내 이신영과 함께 찾아와 한 대의 오르간을 네 손으로 연주하는 포 핸즈 무대로 바흐와 라벨, 스트라빈스키 등의 작품을 선보인다.

부드럽고 섬세한 음색의 캐나다 ‘카사방 프레르(Casavant Freres)‘사 오르간을 갖춘 부천아트센터는 다음 달 23일 스위스 왕립 음악원 교수인 벤자민 리게티의 리사이틀을 연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창건 기념 무대 등에 오른 세계적 연주자인 그는 바흐 레퍼토리와 함께 직접 오르간용으로 편곡한 비발디의 ‘사계’, 비제의 ‘카르멘 모음곡’을 연주한다. 부천아트센터는 천장에서 위아래로 움직이는 음향 반사판이 오르간 특유의 잔향을 조절해 최상의 음향을 구현하고 있다.

최근 개관해 화제를 모은 부산콘서트홀도 화려한 라인업을 앞뒀다. 오는 10월 23일 프랑스 샤르트르 국제 콩쿠르 대상 수상자인 폴란드 출신 카롤 모사코프스키가 리사이틀을 연다. 파리 상술피스 성당 상주 연주자인 그는 바흐의 ‘전주곡과 푸가 C장조’를 시작으로 프랑스 작곡가 샤를마리 비도르의 ‘오르간 교향곡 5번’을 연주하며 즉흥 연주도 함께 들려줄 예정이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