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14일 남은 '운명의 시간'…"2000억 못 구하면 파산"
30년 홈플러스, 파산 잔혹사로 끝나나
법원, 회생절차 폐지
직원 1만2천명 실직·협력업체 연쇄 부도 위기
2000억 자금조달 방안 마련 못해
14일내 항고 가능하지만 회생 희박
온라인·1인가구 유통 시대흐름 놓쳐
법원, 회생절차 폐지
직원 1만2천명 실직·협력업체 연쇄 부도 위기
2000억 자금조달 방안 마련 못해
14일내 항고 가능하지만 회생 희박
온라인·1인가구 유통 시대흐름 놓쳐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재판장 정준영 법원장)는 3일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재판부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사업부문 매각이 성사됐으나 잔존 사업부 인수합병이 이뤄지지 않은 채 영업을 지속하는 과정에서 매출이 감소하는 반면 급여, 물품 대금 채무, 조세 등 공익채권(우선 변제받는 채권)은 급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 상황에서 회생계획안을 수행하려면 최소 약 2000억원이 필요한데도 현재까지 조달되지 않았다”며 “회생계획안 수행 가능성이 없으므로 관계인집회 심의·결의에 부치지 않고 회생절차를 폐지했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는 이번 결정에 대해 14일 이내 서울고등법원에 즉시항고할 수 있다. 만약 홈플러스가 기한 내 자금을 마련해 즉시항고하면 이번 회생절차 폐지 결정이 취소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 그러나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이 자금 마련 방안에 이견을 보여 기한 내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법원의 회생 인가가 나지 않으면 채무자나 채권자의 요청으로 파산 수순을 밟는다. 지난달 말 기준 홈플러스 직원은 약 1만2000명이다. 이들뿐만 아니라 주차·카트 관리, 청소 등 간접고용 인원 1000여 명도 실업자로 전락할 전망이다.
협력업체의 피해도 우려된다. 홈플러스 납품 중소기업·소상공인 150곳은 업체당 평균 7억7400만원의 납품 대금을 정산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홈플러스 협력사들에 4400억원의 유동성을 ‘긴급 수혈’하고, 임금체불 피해 근로자에게 1인당 최대 2100만을 지원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비상계획 마련에 착수했다.
홈플러스 파산 위기는 유통업종 지형도가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중심에서 쿠팡 등 e커머스 중심으로 바뀌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대형마트 주 고객층인 4인 가구 감소와 e커머스에 친화적인 1인 가구 급증 등 라이프스타일 변화가 이런 흐름의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법원, 연명보다 파산이 낫다고 판단…남은 시간은 14일뿐
납품업체 미정산대금 평균 7억…직·간접 종사자 10만여명 달해
e커머스의 부상과 대형마트의 쇠락 속에 자금줄이 막힌 홈플러스가 사실상 파산 선고를 받았다. 대형마트업계 2위로 한때 전국에 140여 개 점포를 뒀던 홈플러스는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후 경영난이 가중되며 기업 청산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됐다. 홈플러스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납품·입점업체 종사자와 그 가족은 10만여 명에 달한다. 이대로 문을 닫으면 고용은 물론 경제에도 타격이 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14일 내 2000억원 못 구하면 파산
홈플러스는 7월 별도의 파산 신청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크다. 파산 선고가 내려지면 홈플러스에는 기존 경영진을 대신해 법원이 선임한 파산관재인이 파견된다. 파산관재인은 남은 67개 대형마트 점포와 물류센터 등 모든 자산을 매각해 채권자에게 나눠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메리츠금융그룹이 홈플러스 62개 점포를 신탁 담보로 잡고 있어 파산관재인 역할은 작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메리츠가 직접 점포 매각 등을 통해 채권 회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홈플러스가 파산하면 직원과 납품·입점업체 등의 광범위한 피해가 불가피하다. 지난달 말 기준 홈플러스의 직간접 고용 인원은 1만2000여 명에 달한다. 이들이 모두 실업자가 되면 사회적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홈플러스와 거래하는 납품·협력사는 4603곳이다. 이들 중 47%는 매출의 절반 이상을 홈플러스에 의존하고 있다. 중소 납품업체의 미정산 대금은 평균 7억원 이상이다. 파산 시 납품 대금은 최우선 변제 대상이 아니다.
◇자금난에 e커머스 대응 실패
홈플러스마트 노조는 이날 법원 결정에 반발하며 자금 투입을 요구하고 나섰다. 노조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14일간 긴급 투쟁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일반노조는 “MBK, 메리츠금융은 14일 안에 2000억원을 즉시 투입하라”고 촉구했다.
홈플러스의 몰락은 단일 기업의 경영 실패를 넘어 오프라인 대형마트 쇠락이라는 경영 환경과 맞물려 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2017년 24%였던 유통업종 내 대형마트 매출 비중은 2021년 15.1%, 지난해 9.8%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e커머스 비중은 2021년 35%에서 2021년 52.1%, 지난해 59%로 커졌다.
사모펀드가 경영하는 홈플러스는 이런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MBK파트너스는 68개 홈플러스 점포를 외부 투자자에게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한 뒤 재임차하는 ‘세일즈 앤드 리스백’ 방식으로 자산 유동화에 나섰다. 이로 인해 홈플러스의 점포 임차료 부담은 연간 4000억원 수준으로 급증했다. 현금 흐름이 악화된 홈플러스는 2020년대 들어 빠른 배송을 앞세운 쿠팡 등 e커머스의 공세에 무방비로 당하며 고객을 빼앗겼다.
이인혁/김유진/오형주/송은경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