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제주행 하늘길을 더 허하라
이정선 중기선임기자
제주를 연결하는 비행기 좌석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된 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이후 국토교통부가 노선을 재배분하면서 빚어진 일이다. 지난 3월 29일부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보유했던 제주~김포 노선 13개 슬롯이 4개 저비용항공사(LCC)로 넘어갔지만 항공기가 작은 데다,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인한 유류 가격 상승 등의 이유로 운항마저 차질을 빚고 있다.
소상공인 폐업 잇따라
한국공항공사가 집계한 4~5월 제주~김포 노선 운항편은 전체 6485편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753편)보다 268편 감소했다. 여객도 124만9325명에서 118만1745명으로 줄었다. 제주에서 최근 항공 좌석 부족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서명 운동까지 벌인 이유다.항공노선이 사실상 대중교통 역할을 하는 제주의 충격은 실로 심각하다. 유입 인구 감소 여파에 따른 지역 경제 초토화로 섬 전체가 가라앉고 있다는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제주 지역 대형할인점 소매판매액지수는 작년 동기보다 6.0% 하락했다. 기업 대출 연체율도 1.14%로 전월 대비 0.17%포인트 상승했다. 이미 지난해 제주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2% 줄어 전국에서 감소폭이 가장 컸다.
소상공인의 폐업률도 전국 최고 수준이다. 빈 상가를 늘어놓으면 활주로를 하나 더 만들 수 있다는 자조적인 푸념이 나올 정도다. 4·3 사건의 상징인 동백에 빗대기도 한다. 허망하게 스러지는 소상공인들이 꽃송이째 툭 떨어지는 모습을 닮았다는 것이다.
슬롯 확대로 숨통 터줘야
제주의 침체를 타개할 근본적인 처방으로 거론되는 게 슬롯 확대다. 슬롯은 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횟수를 가리키는 용어다. 제주공항은 수십 년간 시간당 35회로 묶여 있다. 단 1회만 늘려도 연간 운항 편수가 6000편 이상 증가해 관광객 110만 명이 추가 유입되고 1조5000억원의 경제효과가 발생한다는 게 관광업계 분석이다. 국제노선 편중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중국 노선은 현재 베이징과 상하이 노선이 63.8%를 차지하고 있다. 슬롯을 늘리면 중국 내 다른 도시의 관광객을 유인해 제주의 숨통을 틔울 수 있다. 칼자루를 쥔 국토부는 요지부동이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2239억원을 들여 슬롯을 40회로 늘릴 수 있도록 관련 시설을 확충해 놓고도 안전을 이유로 기존 규정을 고수하고 있다.제주의 항공 인프라 취약성은 제주만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국토부의 경직된 자세는 2030년까지 외국인 관광객 3000만 명 시대를 추진 중인 이재명 정부의 관광산업 육성 전략에도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항공 안전을 도외시해서는 안 되지만 기본 수요는 충족할 수 있는 최적의 효율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바야흐로 휴가 성수기다. 누구든, 언제든 제주의 푸른 밤을 손쉽게 누릴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