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카드 수수료 통제의 그늘
내 월급 빼고 다 오르는 고물가 시대에 계속 떨어지는 게 있다. 20년간 단 한 번도 예외가 없었다. 심지어 일부 가격은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생산성 개선과 무한 경쟁의 성과라면 혁신이라 칭송받을 일이다. 하지만 시장원리는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철저히 정부 통제의 산물이다.

정부가 무소불위의 힘을 보여준 분야, 다름 아닌 카드 수수료 얘기다. 금융당국은 자영업자가 어렵다고 할 때마다 카드사 팔을 비틀었다. 선거 때엔 정치권이 들고일어났다. 보수, 진보, 여야 할 것 없이 한목소리를 냈다. 정치권이 일치단결해 몰아붙이니 카드사들은 늘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떨어지기만 한 카드 수수료

대학 등록금, 전기료, 통신료도 비슷하지 않냐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모두 일정 기간 동결되거나 상승 폭이 둔화했을 뿐이다. 카드 수수료처럼 20년 만에 절반 이하로 내려가지는 않았다.

카드 수수료가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한 건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이다. 어려운 자영업자를 도와야 한다는 명분이었다. 카드사가 이익을 많이 내던 때라 그럴 만도 했다. 2002년 카드사태 원흉이라는 꼬리표에 카드사들은 불만이 있어도 입도 벙긋 못하고 정부 지침을 따랐다. 그해 영세 가맹점 카드 수수료율을 4.5%에서 2.3%로 내렸다. 이후 선거가 있을 때마다 정치권 압박에 수수료를 인하했다.

2012년 이명박 정부 들어선 아예 수수료율을 금융당국이 법으로 정했다. 이른바 ‘적격 비용’이라는 개념을 통해서다. 카드 사용액을 뜻하는 신용판매액에서 각종 비용을 뺀 원가를 계산한 뒤 적정 수수료율을 산출하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수수료 인하는 3년마다 반복됐다. 그 결과 2007년 2.3%이던 영세 가맹점 수수료율은 지난해 0.4%로 떨어졌다. 중소 가맹점과 일반 가맹점 수수료율도 20년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내려갔다.

정부 역할 대신한 카드사

정부가 해야 할 자영업자 지원 역할을 떠맡은 탓에 카드사의 수익성은 급속도로 악화했다. 대규모 흑자를 기록하던 신용판매는 1조원 이상의 적자사업으로 바뀌었다. 은행과 증권사는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지만 카드사 수익성은 10년 가까이 내리막이다. 카드사들은 카드 결제액이 역대 최대치를 깼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경기를 일으킨다. 결제액이 늘면 그만큼 적자 폭이 커져서다. 물건을 팔수록 손해면 그 물건을 팔지 말아야 하지만 카드사는 그럴 수도 없다. 현금 없는 사회로 가는 마당에 카드 사용을 막는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세상이다.

그래서 카드사가 택한 게 본업 대신 부업 강화다. 카드론으로 불리는 장기대출이 대표적이다. 은행과 저축은행 사이에 있는 중금리 대출 고객을 파고들어 신용판매 적자를 메우고 있다. 카드 발급은 대출 고객을 끌어들이려는 영업 기반 확보로 그 목적이 바뀐 지 오래다.

카드사가 위험한 카드론을 본업으로 삼기 전에 정부는 주객전도의 상황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카드 수수료 100% 통제 지침을 버리고 시장원리를 접목해 수수료를 정상화해야 한다. 그게 곧 다가올 스테이블코인 시대의 첨병이 될 카드 결제 인프라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