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전무후무한 '5선 서울시장'의 책무
다음달 1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전무후무한 ‘5선 시장’으로 새 임기를 시작한다. 민선 4, 5, 7, 8기에 이어 9기 지휘봉을 잡는 그의 어깨는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이번 6·3지방선거에 당선된 몇 안 되는 국민의힘 소속 광역단체장으로서 비록 서울 수성에 성공했지만 시의회 지형은 여소야대로 크게 바뀌었다. 게다가 4년 임기를 상대 정당인 더불어민주당 출신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하게 되면서 중앙정부 협조를 이끌어내는 일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실적으로 증명해야 할 임기

이런 상황에서 오 시장이 이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힌 대목은 눈길을 끈다. 서울시장은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배석 자격으로 국무회의에 참여할 수 있는 유일한 광역단체장이다. 야당 정치인으로서 대통령 주재 회의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부담일 수 있다. 그럼에도 오 시장은 현장 민심을 전달하고 국가 정책 조율에 기여하는 기회로 삼겠다는 각오다.

오 시장에게 이번 임기는 실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시기다. 그가 선거 과정에서 내건 핵심 공약인 ‘닥치고 공급’의 성패 역시 시의회, 중앙정부, 국회 등과의 협력에 달려 있다.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아파트 공급 확대는 서울시 행정만으로 완성될 수 없다. 사업성을 좌우하는 용적률 상향과 건축 심의는 국토교통부, 국가유산청 등 각 부처와 조율할 필요가 있다. 사업의 윤활유 역할을 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이주비 등 대출 규제 완화를 위해선 금융당국 협조가 필수다.

오 시장이 복기해야 할 순간이 있다. 이번 선거운동 기간 민선 3기 서울시장을 지낸 이명박 전 대통령과 대담을 나눈 장면이다. 이 전 대통령은 오 시장에게 청계천 복원 사업과 관련한 일화 한 토막을 소개했다. 당시 노무현 정부의 장관들은 기술적 어려움과 교통 마비 등을 이유로 청계천 복원을 강력 반대했다. 사면초가에 몰린 이 전 대통령은 국무회의에 참석해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그가 노 전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을 설득한 논리는 ‘공(功)의 양보’였다. 이 전 대통령은 역사적으로 청계천을 다스린 것은 조선 태종과 세종, 영조 등 당대 임금이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서울시장이 열심히 일해 복원해 놓으면, 역사는 훗날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청계천이 복원됐다고 기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노 전 대통령은 “시장이 저렇게까지 하겠다는데 도와주자”며 협조를 지시했다. 정파적 이해관계를 넘어 국가적 과업이라는 명분으로 상대를 설득한 협치의 사례가 아닐 수 없다.

협치의 리더십으로 승부

오 시장에게도 이 ‘역발상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다수당이 된 민주당 시의원들을 마주하거나 국무회의 테이블에 앉을 때도 마찬가지다. 서울 주택 공급 확대, 부동산 시장 안정은 정파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오 시장은 ‘닥치고 공급’이 현실화할 수 있도록 이 대통령을 비롯한 중앙정부 설득에 나서야 한다. 이를 통해 서울 집값이 실제로 안정되면 오 시장과 이재명 정부의 공동 성과로 기록될 것이다.

5선 서울시장이라는 타이틀은 거저 주어진 게 아니다. 정치적 이득을 얻기보다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야만 오 시장 자신도 더 큰 길로 나아갈 수 있다. 조만간 자리할 국무회의가 정쟁의 장이 아니라 대한민국과 서울의 품격을 높이는 상생의 플랫폼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