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다시 올린다는 출국세, '천수답 구조'부터 손봐야
문체부 관광예산, 기금의존도 81%
재원 안정성 확보…용처 공개해야
맹진규 유통산업부 기자
재원 안정성 확보…용처 공개해야
맹진규 유통산업부 기자
문제는 정부가 출국세만 만지작거릴 뿐 정작 관광 예산의 구조적 취약성은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체부 관광 예산은 출국납부금과 카지노납부금 등으로 조성되는 관광진흥개발기금 의존도가 81%에 달한다. 올해 기준 관광 예산에서 일반회계 예산은 20억원으로 0.1%에 불과하다. 해외여행과 인바운드(외국인 방한) 업황에 따라 예산 규모가 출렁이는 ‘천수답’ 구조다.
실제로 코로나19 시기 출국자가 급감하자 기금이 바닥을 드러내며 관광 예산 자체가 휘청였다. 특정 기금 하나에 목을 매는 지금의 재원 조달 방식으로는 언제든 같은 일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얘기다. 예산 변동 폭이 크면 일관되고 안정적인 관광 정책을 추진하는 데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출국납부금 인상 부담이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점도 문제다. 고유가로 항공료가 오르는 가운데 출국납부금까지 인상되면 해외여행에 나서는 국민의 부담은 더 커진다. 사실상 세금인 출국납부금을 다시 올린다고 하면 조세 저항이 클 수밖에 없다. 더구나 출국납부금으로 조성된 관광 예산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주로 쓰인다. 주로 납부금을 내는 내국인과 그 세금이 쓰이는 대상이 어긋나는 구조다.
한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매년 한 번 이상 해외로 나가는 데 비해 일본의 해외여행객은 작년 기준 인구의 약 12%에 불과하다. 한국은 내국인의 출국납부금 인상 부담이 외국인 관광객보다 더 크다. 일본과 같이 출국납부금을 인상해야 한다면 걷은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를 더 촘촘하게 설명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올해 처음으로 외국인 관광객 2000만 명 시대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관광산업 재원을 늘려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많지 않다. 다만 납부금에만 의존해 부족한 예산을 메우는 것은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 정부 예산 확대 및 숙박세 인상 등을 통해 재원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출국납부금은 본래 취지에 맞게 명확한 목적에 쓰이도록 용처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국민이 내는 돈을 올리기 전에 왜 걷고 어디에 쓸 것인지부터 꼼꼼히 다시 따져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