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규제로 탄소산업 키우겠다는 기후부
“그럼 이제 정부 차원에서 탄소포집 기술은 지원하지 않겠다는 걸까요?”

철강·석유화학 등 탄소 다배출 업종 관계자들은 혼란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정부가 탄소중립의 핵심 기술로 꼽아온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정책의 방향을 ‘지원·진흥’에서 ‘규제’로 틀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최근 포집한 탄소를 제품 원료 등으로 재활용하는 ‘활용(U)’ 분야의 담당 부서를 최근 대기환경국으로 이관했다. 대기국은 사업장에 굴뚝자동측정기기를 설치해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업무 등을 맡는 규제 부서다. 이번 조직 개편이 탄소 활용을 미래 신산업으로 육성하는 게 아니라 규제 체계 안에서 다루겠다는 신호로 읽히는 이유다. 활용과 함께 CCUS산업의 양대 틀인 ‘저장(S)’ 분야는 지원과 육성을 담당하는 기후에너지신산업과에 남았다. 규제와 진흥 부서가 CCUS산업의 양 팔을 반대 방향으로 끌어당기는 모양새가 됐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이 조직 개편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은 “그간 국내 CCUS산업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지원에만 방점을 뒀기 때문”이라며 “규제를 통한 육성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탄소산업을 육성하는 데 대기국의 기존 규제 수단을 활용하자는 취지다. 정부는 “규제를 위해서가 아니라 기존 행정 수단을 활용해 CCU를 육성하기 위한 조직 개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관련 업계는 벌써부터 ‘이중 규제’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철강 등 탄소 다배출 업종에 탄소 활용을 의무화하거나 포집 탄소를 활용한 건축자재·화학제품을 의무 구매하게 하는 방안이 부과될 것으로 예상한다. 아직 기술 성숙도가 충분하지 않아 기업의 부담 증가가 불가피하다. 여기에 기업에 무상으로 배분하던 탄소배출권을 유상으로 전환하는 배출권거래제 개편이 추진돼 규제가 겹겹이 둘러쳐질 전망이다.

CCUS를 바라보는 관련 부처의 접근법이 제각각인 점도 기업을 혼란스럽게 한다. 규제를 활용한 육성을 내세우는 기후부와 달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조원 규모의 ‘CCUS 메가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탄소 활용을 미래 먹거리산업으로 키우려는 정책이다.

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도입한 만큼 국내 규제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규제로 아직 걸음마 단계인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기후부의 접근법은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방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 단계에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것은 새로운 의무가 아니라 정책의 지속 가능성과 예측 가능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