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위 푸르지오 마크원 모델하우스 내에 있는 모형도를 구경하고 있는 예비 청약자들 사진=대우건설
장위 푸르지오 마크원 모델하우스 내에 있는 모형도를 구경하고 있는 예비 청약자들 사진=대우건설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정책·규제 영향을 크게 받는 시장이지만 결국 수요의 힘이 작동하기 마련입니다. 시장경제는 사람들이 각자의 목적을 위해 거래하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 즉 수요와 공급에 따른 가격 질서가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한경닷컴은 매주 수요일 '주간이집' 시리즈를 통해 아파트 종합 정보 플랫폼 호갱노노와 함께 수요자가 많이 찾는 아파트 단지의 동향을 포착해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장위뉴타운에 들어선 자이 분양을 2022년에 포기한 게 한스럽네요. 당시만 해도 분양가가 9억원대였거든요. 이제는 8억원 더 높은 가격에 분양받아야 하네요." (서울에 거주하는 40대 예비 청약자)

몇 년 전만 해도 "강북에서 국민평형(전용면적 84㎡)이 9억원이면 너무 비싸다"는 평가를 받은 장위뉴타운에서 이제는 전용 84㎡ 분양가가 17억원을 넘어섰습니다. 가격만 놓고 보면 불과 몇 년 새 두 배 가까이 오른 셈입니다. 그럼에도 1순위 청약 결과를 열어보니 선방했습니다.

1일 아파트 종합정보 앱(응용프로그램) 호갱노노에 따르면 6월 마지막 주(22~28일) 방문자 수 1위 단지는 경기도 화성시 동탄구 여울동 '동탄역 롯데캐슬'(940가구·2021년 7월 입주)로 3만1788명이 다녀갔습니다. 이 단지는 수주째 호갱노노 앱에서 1위를 기록 중입니다.

동탄 아파트의 관심을 바짝 쫓는 곳은 성북구 장위동 '장위푸르지오마크원'(1931가구·2030년 9월 입주)으로 2만5164명이 다녀갔습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전날 1순위 청약을 진행한 장위 푸르지오 마크원은 510가구 모집에 4873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9.55 대 1을 기록했습니다. 가격 부담이 큰 전용 74㎡, 전용 84㎡, 전용 101㎡, 전용 114㎡는 1순위 마감에 실패했고 소형 면적에선 전용 39㎡A를 제외하곤 모두 1순위 청약이 마감됐습니다.

이런 성적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입니다. 앞서 진행한 특별공급(기관 추천분 제외)에는 426가구 모집에 5204명이 신청했습니다. 평균 경쟁률은 12.21 대 1입니다. 통상 특별공급은 일반공급의 바로미터가 됩니다. 특별공급 기준이 일반공급 기준보다 더 높고 까다로워서입니다.
성북구 장위동 '장위 푸르지오 마크원' 유닛을 둘러보고 있는 예비 청약자들. 사진=대우건설
성북구 장위동 '장위 푸르지오 마크원' 유닛을 둘러보고 있는 예비 청약자들. 사진=대우건설
장위 푸르지오 마크원은 성북구 장위10구역을 재개발하는 단지입니다. 지하 5층~지상 35층, 23개 동, 총 1931가구 규모로 조성됩니다. 이 가운데 1032가구가 일반 분양 물량으로 풀렸습니다. 최근 서울에서 보기 드문 1000가구 이상 일반분양 단지라는 점에서 청약 전부터 시장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시장의 시선을 끈 것은 분양가였습니다. 전용 59㎡는 13억원대, 전용 84㎡는 16억원 초반에서 최고 17억6000만원 수준으로 책정됐습니다. 3.3㎡당 평균 분양가는 5034만원으로 성북구에서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가격은 장위뉴타운 초기 분양 단지와 비교하면 시장 변화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2022년 분양한 '장위자이레디언트'는 전용 84㎡ 분양가가 9억원대였습니다. 당시에도 "강북에서 국평이 9억원이면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불과 4년 만에 같은 장위뉴타운에서 공급되는 새 아파트 분양가는 17억원대로 뛰었습니다. 장위뉴타운 내 신규 분양가 기준이 완전히 달라진 셈입니다.

몇 년 전 장위자이레디언트를 두고 "9억원은 너무 비싸다"며 청약을 망설였던 수요자들은 이제 17억원대 분양가에 청약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장위뉴타운 분양가가 4년 만에 8억원 가까이 뛰었다는 사실은 서울 신축 아파트 시장이 얼마나 빠르게 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합니다.
장위 푸르지오 마크원 투시도. 사진=대우건설
장위 푸르지오 마크원 투시도. 사진=대우건설
그럼에도 청약 결과가 선방한 것은 서울 신축의 희소성이 여전히 강력한 변수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서울 아파트 공급이 감소하는 가운데 입지가 검증된 대단지는 분양가가 높아도 수요가 따라붙는 시장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장위뉴타운은 서울 동북권 최대 재개발 사업지입니다. 15개 구역, 약 3만 가구 규모의 신흥 주거벨트로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이미 입주를 마친 단지와 공사가 진행 중인 단지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주거 환경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습니다.

장위 푸르지오 마크원 역시 돌곶이역 역세권 입지에 초등학교를 품은 이른바 '초품아' 단지입니다. 광운대역세권 개발사업과 동북선 경전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노선 기대감 등 굵직한 개발 호재도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장위 푸르지오 마크원의 청약 결과를 단순히 한 단지의 흥행으로만 보지 않습니다. 성북구 '국평 분양가 17억원 시대'로 주변 단지들까지 도미노로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이 단지가 완판되면 집값은 크게 뛸 것"이라면서 "장위가 17억원에 안착하면 길음동으로, 이 흐름은 이문휘경뉴타운, 답십리 등으로 번지고 길게는 성수, 마포 등 꼬리를 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상급지가 급등해도 하급지가 반응하지 않는 경우가 있지만 하급지 가격이 오르면 상급지는 자연스럽게 뛰게 된다"고 부연했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