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리바이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컵 경기에서 전광판의 리바이스 로고가 국제축구연맹(FIFA) ‘클린 스타디움’ 규정에 따라 가려져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리바이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컵 경기에서 전광판의 리바이스 로고가 국제축구연맹(FIFA) ‘클린 스타디움’ 규정에 따라 가려져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국제축구연맹(FIFA)의 규제로 경기장에서 로고가 가려진 브랜드들이 의외의 홍보 효과를 얻고 있다. 가려진 로고를 이용해 ‘역발상 마케팅’을 펼친 결과다.

3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FIFA는 이번 대회에서 엄격한 ‘클린 스타디움’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공식 후원사의 독점적 브랜드 노출을 보장하기 위해 비후원사 브랜드 로고를 경기장 내외부에서 모두 제거하도록 했다. 경기장 이름뿐 아니라 경기장 내 모든 상표를 대회 기간 지워야 한다. 이에 따라 ‘질레트 스타디움’은 ‘보스턴 스타디움’, ‘리바이스 스타디움’은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 스타디움’, ‘AT&T 스타디움’은 ‘댈러스 스타디움’ 등으로 운영되고 있다. 변경된 명칭은 애플 지도와 구글 지도에도 반영됐다.

경기장 외벽과 내부 간판은 물론 복도와 라운지, 주차장 등에서도 기존 후원사 흔적을 모두 가려야 한다. 질레트 스타디움에서는 작업자들이 6만4000여 개 좌석에 새겨진 질레트 로고를 일일이 테이프로 가렸다. 일부 경기장에서는 관중이 반입한 생수병 라벨까지 제거하도록 했다.

하지만 비공식 후원사들은 이를 역발상 마케팅의 기회로 삼았다. 청바지 브랜드 리바이스가 대표적이다. 리바이스는 경기장 내 간판을 리바이스 브랜드를 상징하는 ‘배트윙’ 모양의 흰 천으로 덮었다. 얇은 천 뒤로 로고 윤곽이 그대로 드러나 오히려 더 큰 화제를 모았다. 회사는 천으로 가린 간판 이미지를 공식 SNS 프로필 사진으로 설정하고 “아름다운 (검열된) 스타디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를 게시했다.

식품 브랜드 하인즈도 로고를 검은 테이프로 가린 케첩 이미지를 SNS에 올렸다. 로고를 가린 케첩 병과 포장을 경기장 밖에서 축구 팬에게 배포했다. 질레트는 면도 거품으로 경기장 로고를 덮은 듯한 합성 이미지를 공개하는 등 기업의 기발한 발상이 이어졌다. WSJ는 “비후원사 브랜드들이 FIFA 규정을 지키면서 규제 취지는 비켜가는 방식으로 대응했다”며 “로고를 가린 조치가 오히려 더 큰 관심과 노출 효과를 불러일으켰다”고 평가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