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리바이스 스타디움 내 리바이스 로고가 국제축구연맹(FIFA)의 클린 스타디움 규정에 따라 가려졌지만, 천이 얇아 윤곽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리바이스 스타디움 내 리바이스 로고가 국제축구연맹(FIFA)의 클린 스타디움 규정에 따라 가려졌지만, 천이 얇아 윤곽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 사진=로이터연합뉴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후원사가 아닌 브랜드를 모조리 지우려던 국제축구연맹(FIFA)의 규제가 뜻밖의 ‘전화위복’을 낳았다. 가려진 로고를 역이용한 기발한 마케팅이 오히려 더 큰 홍보 효과를 만들어내면서다.

FIFA는 이번 대회에서 유독 엄격한 ‘클린 스타디움’ 규정을 적용했다. 이는 공식 후원사의 독점적 브랜드 노출을 보장하기 위해 비후원사 브랜드를 경기장 내·외부에서 모두 제거하도록 하는 규정이다. 경기장 이름뿐만 아니라 경기장 내 모든 상표를 대회 기간 동안 지워야 했다. 이에 따라 16개 경기장은 기존 기업명 대신 지역명을 활용한 중립적인 명칭으로 불렸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폭스버러의 질레트 스타디움은 ‘보스턴 스타디움’, 리바이스 스타디움은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 스타디움’, AT&T 스타디움은 ‘댈러스 스타디움’ 등으로 운영됐다. 변경된 명칭은 애플 지도와 구글 지도에도 반영됐다.

경기장 명칭 변경에 그치지 않았다. 경기장 외벽과 내부 간판은 물론 복도와 라운지, 주차장 등 기존 후원사의 흔적을 모두 가려야 했다. 질레트 스타디움에서는 작업자들이 6만4000여개 좌석에 새겨진 질레트 로고를 일일이 테이프로 덮었고, 일부 경기장에서는 관중이 반입한 생수병의 라벨까지 대회 공식 스폰서인 코카콜라와 생수 브랜드 씨엘 제품이 아니면 제거하도록 했다.

하지만 비공식 후원사들은 이를 역발상 마케팅의 기회로 삼았다. 청바지 브랜드 리바이스가 대표적이다. 리바이스는 경기장 내 간판을 브랜드를 상징하는 ‘배트윙’ 모양의 흰 천으로 덮었다. 얇은 천 뒤로 로고의 윤곽이 그대로 드러나면서 오히려 더 큰 화제를 모았다. 회사는 천으로 가린 간판 이미지를 공식 SNS 프로필 사진으로 바꾸고, “아름다운 [삭제됨] 스타디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를 게시했다. 전 세계 일부 매장 간판도 같은 방식으로 천으로 덮으며 캠페인을 확장했다.

식품 브랜드 하인즈도 로고를 검은 테이프로 가린 케첩 이미지를 SNS에 올렸다. 로고를 가린 케첩 병과 포장을 경기장 밖 팬들에게 배포하기도 했다. 질레트는 면도 거품으로 경기장 로고를 덮은 듯한 합성 이미지를 공개하는 등 기업들의 기발한 발상이 이어졌다. WSJ는 “비후원사 브랜드들이 FIFA 규정의 문구는 지키되 취지는 비켜가는 방식으로 대응했다”며 “브랜드를 가린 조치가 오히려 더 큰 관심과 노출 효과를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