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엔화, 플라자 합의 이후 40년만에 최저치로
일본 엔화 가치가 달러당 161.97엔까지 하락하며 약 39년 반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기대에 따른 달러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본은행(BOJ)이 1995년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1%까지 올렸지만 약발이 통하지 않는 분위기다.

29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한때 달러당 161.97엔까지 상승(엔화 가치 하락)하며 1986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2024년 7월 기록한 161.96엔을 넘어선 것으로, 1986년 12월 이후 약 39년 반 만에 가장 낮은 엔화 가치다. 당시에는 전년도 플라자 합의 영향으로 엔고·달러 약세가 진행되던 시기였다.

달러 강세의 배경에는 미국 경제의 견조한 흐름이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고용과 소비, 경기 지표가 예상보다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중동 정세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도 더해지고 있다.

이에 시장에서는 미 중앙은행(Fed)가 연내 1~2차례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금리 인상 기대는 글로벌 자금을 달러 자산으로 유입시키며 달러 강세를 지지하고 있다.

달러는 엔화뿐 아니라 유로 등 주요 통화 대비로도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1.08을 기록하며 전일 대비 0.28% 하락했지만, 이달 들어서는 약 2.2% 상승해 지난해 5월 이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단기적으로 달러가 경기순환적 상승 국면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으며, 향후 미국 고용지표와 연준 인사 발언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행은 이달 16일 정책금리를 1%로 인상하며 약 10년간 이어진 초완화 정책 정상화를 이어가고 있지만, 엔화 강세 효과는 제한적인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물가를 반영한 실질금리가 여전히 낮아 금리 인상 속도가 충분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엔화 매도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엔화 약세가 161엔 후반까지 진행되자 외환당국의 개입 가능성에 대한 경계심도 커지고 있다. 실제 해당 구간에서는 엔화 매수와 달러 매도가 맞서며 환율이 좁은 범위에서 등락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일본 정부는 외환시장 동향을 지속적으로 주시하고 있으며, 필요 시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엔화 약세는 단기 금리 요인뿐 아니라 구조적 요인도 영향을 주고 있다. 일본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아 국제유가 상승 시 달러 결제 수요가 늘어나며 엔화 매도 압력이 확대된다.

일본 개인 투자자들이 신(新)NISA 제도를 활용해 해외 주식 투자를 확대하면서 해외 자산 매수에 따른 엔화 수요 감소도 약세 요인으로 지목된다. 엔화 약세는 수출 기업에는 가격 경쟁력 강화라는 긍정적 효과를 주지만, 수입 물가 상승을 통해 국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가계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