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추천 뉴스
"아파트냐 현금청산이냐"…조합원 희비 가른 판결 [조선규의 부동산 산책]
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최근 서울과 부산에서 공유자 조합원을 둘러싸고 엇갈린 판결이 나왔습니다.
서울행정법원은 한남3구역 공유조합원인 원고가 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를 현금청산 대상자로 정한 부분을 취소하라는 원고 승소 판결을 선고했습니다(2023.10.26. 선고 2022구합82639판결). 원고를 포함한 3명은 상가 지분을 3분의 1씩 공동소유하고 있었는데, 다른 공유자 조합원 2명은 상가 외에 별도의 부동산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들 3명은 개별적으로 분양신청서를 제출했고 조합은 상가 대표조합원 1인을 지정해 분양 신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고를 현금청산 대상자로, 나머지 2명은 다른 부동산이 있었기 때문에 다른 부동산을 근거로 분양권을 지급하는 처분을 했습니다.
재판부의 판단은 조합과 달랐습니다. '도시정비법이나 조합 정관을 살펴보더라도, 공유자가 대표조합원을 선임하지 않고 각자 분양신청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분양신청을 무효로 하거나 현금청산 대상자로 분류할 근거를 찾아볼 수 없다'고 판시한 것입니다. 다른 조합원의 권리를 침해할 우려도 없고, 취득 시기로 보아 지분 쪼개기 유형도 아니라는 이유를 덧붙이며 원고의 청구를 인용했습니다. 공유자 모두가 분양신청을 했고 현금청산을 거부했다면 대표조합원 미지정이라는 형식적 사유만으로 조합원의 분양권을 박탈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입니다. 판결은 조합의 재량권을 제한하고 조합원의 재산권을 폭넓게 인정한 판결로 평가받습니다.
한남3구역 판결이 모든 경우에 통용되는 '만능 카드'는 아닙니다. 최근 선고된 부산고등법원 판결은 정반대로 공유조합원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부산고법 2026.2.6. 선고 2025누2462판결).
이 사례의 형제는 아버지 재산을 반씩 사이좋게 나눠 인접 토지를 1필지씩 소유했습니다. 동생의 필지가 큰 관계로, 2분의 1을 만들기 위해 동생 필지 일부분은 형이 공동 소유했습니다. 이 토지 위에 건물을 지어 2분의 1씩 공유했습니다. 형은 이후 자신의 부동산 전부를 부인(원고)에게 증여했습니다. 결국 형수인 원고와 시동생이 토지 일부와 건물 일부를 공유하게 된 것입니다. 원고와 시동생은 여러 궁리 끝에 개별적으로 분양신청을 했는데, 조합은 원고가 단독으로 소유한 토지에만 분양권을 줬습니다. 원고와 시동생이 공유한 토지 및 건물에 대해서는 대표조합원을 지정해 신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현금청산 대상자로 정하는 판결을 했습니다.
부산법원은 1심과 2심 모두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분양신청권이 조합원이 갖는 핵심적인 권리라고 하더라도 규정에 반하는 분양신청까지 적법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조합 정관을 보면, 공유에 속할 때는 대표조합원이 분양신청을 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는데, 원고는 시동생인 공유자와 논의하지도 않고 대표조합원을 지정하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원고와 시동생이 여러 개의 분양권을 받기 위해 별개로 분양 신청했고, 이런 의도를 조합과 법원도 파악한 것입니다.
두 판결을 가른 차이는 무엇일까요. 첫째는 바로 정관의 규정입니다. 한남3구역 조합 정관을 보면 '동일인이 2개 이상의 토지 등을 소유하는 경우 그 수와 관계없이 1인의 조합원으로 본다'는 규정이 존재했기 때문에, 여러 토지를 공유 및 단독으로 소유하는 소유자는 하나의 분양신청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 상가의 경우 대표조합원 선임이나 공유자 전원의 공동분양신청이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부산 사건은 이와 같은 정관 규정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둘째는 부동산이 공동소유가 된 경위를 고려할 때, 공유자마다 개별적인 분양권을 인정함으로써 사업성을 떨어뜨리고 다른 소유자에게 불이익이 발생하는 등 도시정비법 취지에 반한다는 실질적인 측면도 감안됐습니다.
결국 재개발 사업에서 분양권을 지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조합 정관의 숙지와 절차의 완벽한 준수'입니다. 공유자라면 대표조합원 선임동의서를 정해진 기한 내에 정확히 제출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법원은 절차를 간과한 조합원의 권리 구제에 결코 너그럽지 않습니다. 또한, '단독소유자'인지 '공유자'인지, 혹은 '1주택자'인지 '다주택자'인지에 따라 적용되는 법리가 완전히 다릅니다. 막연히 '남들도 이렇게 해서 구제받았다더라'는 식의 접근은 매우 위험합니다.
재개발은 복잡한 법적 이해관계가 얽힌 전장과 같습니다. 감정에 호소하거나 기존 판례를 맹신하기보다는, 내 부동산의 권리관계를 명확히 분석하고 조합의 관리처분계획안이 법과 정관에 부합하는지 전문가와 함께 세밀하게 검토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조선규 법무법인 조율 대표 변호사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