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붙잡힌 불법 세탁조직 조직원의 모습. 서울경찰청
경찰에 붙잡힌 불법 세탁조직 조직원의 모습. 서울경찰청
허위 상품권 업체를 세워 보이스피싱, 투자 사기 범죄수익 415억원을 세탁한 조직이 경찰에 적발됐다. 조직폭력배 출신이 총책인 이 조직은 대포통장을 통해 자금을 분산 송금하고, 1~2개월마다 사무실을 옮기며 경찰 추적을 따돌려왔다. 고향 선후배들로 조직을 꾸려 벌금 처벌시 전액 대납해주는 규정도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30일 전기통신금융사기 조직과 공모해 약 415억원의 범죄수익을 세탁한 혐의로 총책 A씨 등 조직원 22명을 검거하고 이 중 3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들에게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이들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보이스피싱과 허위 투자사이트 등 사기 조직으로부터 범죄수익금을 넘겨받아 세탁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지난 5월 허위 투자 사기 사건을 수사하던 중 대포통장을 양도한 피의자를 검거하면서 배후에 범죄수익 세탁조직이 있는 정황을 포착했다. 이후 자금 흐름과 폐쇄회로(CC)TV 동선 등을 추적하고 잠복 수사를 벌여 하부 조직원부터 총책까지 순차적으로 검거했다.

총책 A씨는 경북 영주를 거점으로 활동한 조직폭력배 출신으로 파악됐다. 그는 지난해 10월 허위 상품권 업체를 설립한 뒤 법인 명의 계좌로 범죄수익금을 입금받아 정상적인 상품권 거래대금처럼 위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2월부터는 조직원을 추가로 영입해 조직을 확장하고, 타인 명의 대포통장을 다수 모집해 자금을 여러 계좌로 나눠 보내는 방식으로 수법을 고도화했다.
경찰에 붙잡힌 불법 세탁조직 조직원의 모습. 서울경찰청
경찰에 붙잡힌 불법 세탁조직 조직원의 모습. 서울경찰청
조직원 대부분은 충북 음성·진천 지역을 기반으로 한 고향 선후배 관계의 20~30대 무직자들이었다. 조직은 총책과 관리책, 세탁책, 대포통장 공급책 등으로 역할을 나눠 운영됐다. A씨는 세탁한 범죄수익금의 약 2%를 수수료로 챙겼고, 조직원들에게는 역할에 따라 월 250만~1000만원의 급여를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해외 보안 메신저로만 연락하고 1~2개월마다 사무실을 옮기는 방식으로 단속을 피했다. 검거된 조직원이 다른 조직원을 진술하지 않도록 진술 매뉴얼을 공유하고, 벌금형을 받으면 벌금 전액을 대신 내주는 내부 규정까지 마련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아직 환수하지 못한 범죄수익금에 대해서도 추적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가까운 지인이나 친구의 부탁이라도 본인 명의 통장과 계좌를 절대 양도하거나 빌려줘서는 안 된다”며 “계좌 양도·대여 행위는 그 자체로 처벌 대상일 뿐 아니라 사기 범죄의 공범으로 처벌될 수 있다”고 밝혔다.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