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에 초대형 팹 4기 구축…충청권은 HBM 패키징 거점으로
대만·美처럼 반도체 '국가 총력전 체제' 가동
삼성·SK 합쳐 960조 신규 투자
용인클러스터 조성 12년 앞당겨
차세대 메모리 등 R&D도 강화
업계 "인프라 구축 속도가 관건"
삼성·SK 합쳐 960조 신규 투자
용인클러스터 조성 12년 앞당겨
차세대 메모리 등 R&D도 강화
업계 "인프라 구축 속도가 관건"
그동안 대만의 TSMC에 대한 물, 전기 등 전폭 지원과 미국의 천문학적 보조금 공세 속에 한국 기업들은 사실상 ‘각자도생’해 왔다. 하지만 글로벌 경쟁사의 추격이 거세지자 정부도 대대적 지원을 약속하며 국가 총력전으로 전격 선회했다. 이에 발맞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약 1000조원 규모(삼성 457조원, SK 500조원)에 달하는 반도체 신규 투자에 나섰다. 정부는 부지, 전력, 용수, 인력, 생태계 등 핵심 인프라에 대해 전방위 지원에 나서는 등 ‘원팀 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충청은 패키징·영남은 소부장 거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호남에 총 800조원을 투자해 전공정 메모리 팹을 2기씩, 총 4기를 구축하는 내용을 포함한 반도체 사업 투자안을 29일 공식 발표했다. 수도권 단일 거점 중심의 구조가 전력, 용수, 부지 확보 측면에서 한계에 도달하자 호남에 제2의 거점을 마련하기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날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인공지능(AI)으로 인해 기술 패러다임이 상상하지 못한 속도로 변화하고 있어 적극적인 투자에도 불구하고 수요에 대응하기엔 부족하다”며 “전력, 용수, 인력이 기대되는 광주를 후보지로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제반 요건을 만족할 것으로 기대되는 서남권에 약 400조원을 투자해 새로운 클러스터를 조성하고자 한다”고 했다.
동시에 충청권은 156조원을 들여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거점으로 조성한다. 이 회장은 “HBM은 최첨단 적층 기술이 필요하다”며 “천안·온양 등 충청권에 집중적으로 HBM 팹 관련 투자를 하겠다”고 했다. SK하이닉스는 청주에 100조원을 들여 낸드플래시 공장 증설에 나선다.
영남권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혁신 거점으로 육성한다. 부산은 전력반도체 중심지로 키우기 위해 8인치 실리콘카바이드(SiC) 기반 제2 공공 팹을 구축하고, 전력반도체지원단을 발족한다. 구미엔 방위산업 특화형 시스템 반도체 시험·평가와 소재·부품 실증 인프라를 조성한다.
◇차세대 메모리 육성 속도
평택캠퍼스와 용인클러스터 구축 속도도 빨라질 전망이다. 양사 모두 5년 내 D램 생산 능력을 두 배로 늘려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평택 팹 5·6호기를 순차적으로 건설하던 방식을 동시 건설로 바꿔 기존보다 3~4년 앞당기기로 했다. 용인은 당초 투자 계획과 비교해 일반산업단지는 12년, 국가산업단지는 7년 단축된다. 평택캠퍼스와 용인클러스터 조성에 투입되는 삼성전자의 전체 투자금액은 1650조원이다.SK하이닉스가 구축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역시 완공 속도를 높인다. 최 회장은 “증가하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2045년 완공 예정이던 용인클러스터를 12년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용인클러스터에는 총 600조원이 투입된다. 호남 등 신규 투자를 합산한 양사의 투자액은 총 3206조원(삼성전자 2106조원, SK하이닉스 110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한 신성장 엔진 육성에도 속도를 낸다. 차세대 프로세싱인메모리(PIM), 뉴로모픽 반도체와 함께 피지컬 AI 핵심인 온디바이스·온센서 반도체, AI 데이터센터용 고성능·저전력 반도체 등 전주기 연구개발(R&D) 인프라를 강화한다. 또 내년 12월 국방반도체법 시행에 따라 극한환경·보안내장 반도체 R&D의 무기 체계 우선 적용과 수의계약 허용 등 국방반도체를 새로운 영역으로 육성하기 위한 지원 체계를 마련한다.
김채연/강해령/원종환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