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40년 국내 전력 수요 전망치를 대폭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전국 곳곳에 생기면 전력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다.

25일 정부 안팎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전력 수요 전망치를 기존 잠정안인 657.6~694.1테라와트시(TWh)에서 700TWh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GS그룹, SK그룹 등 주요 대기업이 앞다퉈 대규모 데이터센터 설립 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기존 전력 수요 전망 잠정안에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2040년 26.5TWh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11차 전기본의 2038년 기준치(15.5TWh)보다 1.7배나 높은 수치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1기가와트(GW)급 AI 데이터센터 하나에만 연간 6~7TWh의 전력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기후부는 이같이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가급적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방안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해가 떠 있을 때만 전기를 생산하고, 흐린 날이나 야간엔 출력이 줄어드는 태양광 발전은 데이터센터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기저 전원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에너지저장장치(ESS)로 간헐성을 보완하더라도 비용이 문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재생에너지와 ESS를 조합한다면 실질 소요 전력의 16배에 달하는 과도한 설비 구축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도 기후부의 정책 방향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3일 국무회의에서 “급격하게 탈탄소를 추진하느라 산업 발전에 장애가 되는 상황이 되지 않도록 균형을 맞춰달라”며 “기저 전력 확보 문제에서 너무 교조적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24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전기 수요라는 괴물이 우리를 잡아먹을 수 있다”며 “훨씬 더 큰 규모로 공급 기반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관/김리안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