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사진=연합뉴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사진=연합뉴스
최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행보를 두고 당내에서 엇갈린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 당 지도부 사퇴론이 불거졌을 때 단식 투쟁에 나선 사례가 있는데, 이번에는 6·3 지방선거 이후 선거관리위원회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다.

그간 보수층 결집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던 만큼 일각에서는 장 대표의 강경 대응이 지지층 결집에 긍정적 효과를 내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반면 당내 다른 쪽에서는 선거 패배 책임론과 쇄신 논의가 뒤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 한동훈 제명 파동 직후 시작된 단식

장동혁 국민의힘 당대표가 지난 1월 단식을 마치고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사진=한경DB
장동혁 국민의힘 당대표가 지난 1월 단식을 마치고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사진=한경DB
장 대표를 둘러싼 책임론은 지난해 말 비상계엄 사태 1주기를 전후해 불거졌다. 당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계엄 사태에 대한 사과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관계 정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 3일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며 계엄 책임을 당시 야당에 돌렸다. 이후 올해 1월 7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이었다"고 사과했다. 다만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이나 당내 통합 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메시지가 부족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상황은 일주일 뒤 더 복잡해졌다. 같은 달 14일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한동훈 전 대표 제명을 결정하면서다. 이 과정에서 핵심 징계 사유가 번복되자 친한계를 중심으로 "답정너식 징계"라는 반발이 나왔고,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 계파 갈등이 격화했다.

장 대표는 다음 날인 15일부터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명분은 민주당의 2차 특검법 강행 저지와 국민의힘·개혁신당이 추진하는 통일교·공천헌금 특검 관철이었다. 장 대표 측은 당시 단식을 두고 거대 야당의 특검 공세에 맞서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실제 장 대표의 단식은 당내 강경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냈다는 평가도 있다. 당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비상계엄 사과 문제와 한 전 대표 제명 논란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고 있었고, 장 대표가 대여 투쟁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당의 메시지가 다시 야당 견제로 모였다는 것이다.

다만 당내에서는 단식의 시점과 정치적 효과를 두고 다른 평가도 나왔다. 한동훈 전 대표 제명 파동으로 지도부 책임론이 커진 직후 단식이 시작되면서 당내 갈등과 쇄신 논의가 충분히 다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장 대표가 단식 기간 내세운 ‘쌍특검’은 수용되지 않은 채 단식이 마무리됐다.

◇ 지방선거 참패 뒤엔 올림픽 공원행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6일 핸드볼경기장 진입 결정을 시위 참가자들에게 알리고 있다. /사진=뉴스1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6일 핸드볼경기장 진입 결정을 시위 참가자들에게 알리고 있다. /사진=뉴스1
6·3 지방선거 이후에도 비슷한 논란이 이어졌다. 선거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 속에 일부 최고위원과 당내 모임에서 공개적으로 사퇴 요구가 나왔다. 우재준 최고위원은 "지도부가 선거 결과에 대한 평가와 책임을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고,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도부 총사퇴"를 주장했다. 개혁성향 의원 모임 ‘대안과 미래’도 "장동혁 대표의 리더십이 붕괴됐다"며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이에 장 대표는 16일 문화일보 유튜브 채널에서 "똑같은 분들이 매달 한 번씩 월례행사처럼 당 대표 사퇴를 주장하고 있다"며 "자판기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또 "정말 어려운 여건 속에서 이 정도 결과를 냈으면 그래도 선전했다는 평가는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장 대표는 선관위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강하게 문제 삼았다. 그는 올림픽공원 투표소를 찾아 "참정권 침탈"을 주장했고, 재선거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선관위 책임론을 부각했다. 당 지도부도 해당 사안을 중심으로 공세 수위를 높였다.

건강상 이유로 입원했던 장 대표는 24일 퇴원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지금이야말로 우리 당이 제대로 싸워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참정권 회복 특검’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도부 측은 선관위의 투표 관리 문제가 선거의 공정성과 직결된 중대한 사안인 만큼 당이 적극 대응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선거 결과와 별개로 유권자의 참정권과 선거 관리의 신뢰 문제는 정당이 반드시 따져야 할 사안이라는 것이다.

당내에서도 장 대표의 대응이 보수층 결집에 일정 부분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 탄핵 정국 이후 보수 지지층의 피로감과 분열이 이어진 상황에서, 선관위 이슈가 당 지지층을 다시 결집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그동안 보수층 내부에서도 싸울 사안에 제대로 싸우지 못한다는 불만이 있었다"며 "선관위 문제 제기는 당 지지층에 분명한 메시지를 주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선거 패배 원인 분석과 지도부 책임론이 선관위 이슈에 가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선관위 문제 제기의 필요성과 별개로,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당 차원의 평가와 쇄신 방향도 함께 제시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의 또 다른 관계자는 "선관위 문제 제기는 필요한 부분이 있지만, 동시에 선거 결과에 대한 당 차원의 평가와 책임 논의도 병행돼야 한다"며 "당이 무엇을 반성하고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가 약하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 아직 張이 답하지 않은 질문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사진=뉴스1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사진=뉴스1
정치권에서는 장 대표가 대여 투쟁을 통해 지지층 결집을 꾀하는 동시에 당내 쇄신 요구에도 답을 내놔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경 투쟁 기조가 보수층 결집에는 일정 부분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중도층 확장이나 선거 패배 원인 분석과는 별도로 다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선관위 사태에 대한 관심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도 변수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도 한쪽으로만 해석하기는 어려운 흐름이다. 대체로 지방선거 이후 국민의힘 지지율이 반등한 모습은 나타나고 있지만, 민주당과 오차범위 내 박빙을 보인 조사와 상승세 이후 다시 격차가 벌어진 조사도 함께 나오고 있다.

지도부 교체론을 둘러싼 지지층 내부 의견도 조사별로 엇갈렸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은 지도부 교체 47.9%·유임 36.2%로 응답했다. 반면 한국갤럽 조사에서 장 대표 거취를 물은 결과, 국민의힘 지지층은 유지 49%·사퇴 39%로 답했다.

당 안팎에서는 장 대표의 강경 행보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선관위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보수층의 문제의식을 자극할 수 있는 사안인 데다, 장 대표 역시 이를 참정권 문제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같은 대응이 지도부 책임론을 완전히 잠재우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쇄신론에 무게를 실고 있는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장 대표가 책임론이 불거질 때마다 강성 행보를 보이며 초점을 흐리고 있다"며 "당이 반성하고 쇄신해야 할 시점마다 다른 이슈를 전면에 등장시키는 모습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정도면 X맨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에는 강성 지지층 결집만으로 위기를 넘길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당원들 사이에서도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며 "선관위 이슈가 잦아들고 나면 결국 다시 지도부 책임론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를 제기했다.

한편 기사에 언급된 조사별 개요는 KSOI 6월 22~23일·전국 만 18세 이상 1005명·응답률 5.6%·무선ARS, 한국갤럽 6월 23~25일·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 응답률 10.5%, 전화조사원 인터뷰다. 두 조사 모두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이정우 한경닷컴 기자 krse905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