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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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알루론산, 장미 추출물, 동백씨 오일 등 수분 공급 효과가 뛰어난 성분이 들어있는 한 K뷰티 브랜드 스킨케어 제품. 용기엔 ‘메이드 인 코리아’가 찍혀 있지만 핵심 원료 대부분은 중국산이다. 원료가 국내산이든 해외산이든 상관없이 국내에서 제조만 하면 ‘메이드 인 코리아’라고 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빈틈을 파고든 것이 중국 원료업체다. 이들이 K뷰티 호황의 수혜를 누리면서 국내 화장품 원료업체는 고전하고 있다.

18일 뷰티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화장품 원료업체인 현대바이오랜드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27억원으로 전년(164억원)보다 22.6% 감소했다. 대봉엘에스 영업이익도 91억원에서 73억원으로 19.8% 줄었다.

'K뷰티' 대박 났는데 돈은 中이 벌었다…韓업체 울상인 까닭
K뷰티 호황에도 이들의 실적이 악화된 배경엔 중국 원료업체가 있다. 중국 원료업체와의 단가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현행 화장품 표시제도는 제품명, 영업자 상호, 사용기한, 전 성분 등 다양한 정보를 표기하도록 하지만 개별 원료의 산지 표기는 의무 사항이 아니다. 원산지도 완제품 중심으로 판단한다. 관세청 기준상 2개국 이상이 생산·가공에 관여한 물품은 최종적으로 실질적 변형이 일어난 국가를 원산지로 인정한다. 단순 포장이나 라벨 부착만으로 원산지가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국내에서 배합, 충전 등 제조 과정을 거친 화장품은 한국산으로 유통할 수 있다.

이 제도 때문에 K뷰티 호황의 수혜를 국내 원료업체가 아니라 중국업체가 누리고 있다.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보습 원료로 쓰이는 글리세롤의 중국산 수입량은 2023년 9.5t에서 지난해 190.2t으로 약 20배 늘었다. 같은 기간 중국산 향료 조제품 수입량도 약 60% 급증했다.

뷰티 인디 브랜드 확산도 원료 단가 경쟁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초저가 제품을 앞세운 브랜드가 늘자 뷰티업체들이 원가 관리에 더 민감해졌다. 화장품 원료업체 관계자는 “소비자가 알기 어려운 베이스 원료는 가격이 싼 중국산을 선택하고 제조만 한국에서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원료의 산지 표기를 의무화하거나 원료의 친환경성, 공급망의 투명성 등이 소비자 구매 기준으로 자리 잡기 전까지는 국산 원료가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자칫 원료 안전성 문제가 불거질 경우 K뷰티 열풍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만큼, 정부의 선제적인 관리와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중소 원료업체 대표는 “국내 원료 생태계를 보호하고 K뷰티의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 원산지 표시제 개선 등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에 식약처는 “원료 안전성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필요한 지원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했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