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불로초 바이오 해킹
Cover Story
새로운 富의 상징, 늙지 않을 자유
새로운 富의 상징, 늙지 않을 자유
과거 웰니스가 운동과 명상, 유기농 식단을 바탕으로 균형 잡힌 삶을 유지하는 쪽에 가까웠다면, 바이오해킹은 훨씬 더 체계적이고 공격적이다. 핵심은 철저한 수치 관리다. 바이오해커들은 수면 시간과 심박 변이도(HRV), 혈당, 생체 나이까지 실시간으로 측정하며 몸의 효율을 최대한 끌어올린다. 이들에게 건강은 한때의 컨디션이 아니라 관리 가능한 ‘퍼포먼스 자산’이다.
이런 흐름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됐다. 정보기술(IT) 사업가 브라이언 존슨은 장기 나이를 젊게 유지하기 위해 매년 수십억원을 투자하며 수면·식단·운동 데이터를 분 단위로 통제하는 프로젝트를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노화는 질병이며, 치료할 수 있다”는 데이비드 싱클레어 하버드대 의대 교수의 철학도 바이오해킹 시장에 불을 붙였다.
더 이상 바다 건너 ‘그사세’(그들이 사는 세상) 얘기도 아니다. 최근 서울 강남의 젊은 자산가를 중심으로 바이오해킹 기반의 하이엔드 웰니스 바람이 거세다. 손목엔 건강 관리를 위한 첨단 디바이스를, 팔에는 연속혈당측정기(CGMS)를 부착한 채 자신의 몸 상태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것은 기본이다. 크라이오테라피와 고압산소체임버, 적외선 사우나 같은 첨단 회복 프로그램과 고가의 줄기세포 시술도 더 이상 프로 운동선수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들은 ‘저속 노화’를 넘어 ‘역노화’에 도전하고 있다.
돈으로 시간을 사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이제 몸의 시간을 되돌리는 첨단 기술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어쩌면 앞으로 부(富)의 상징은 슈퍼카나 통장 잔액이 아니라 손목 위 데이터가 증명하는 ‘신체 나이’가 될지도 모르겠다.
노화는 순리 아닌 관리 영역…몸의 OS 해킹, 생체 시계 되돌린다
바이오해킹이 바꾼 웰니스 패러다임
자신의 몸을 해킹한다
바이오해커들에게 운동은 필수다. 다만 목표는 단순한 체중 감량이나 근육 증가가 아니다. 대표적 사례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하이록스(HYROX)다. 1㎞ 러닝과 고강도 기능성 운동을 8회 반복하는 경기로, 지구력과 폭발적인 근력을 동시에 요구한다. 참가자는 최대산소섭취량, 심박수, 운동 수행 능력 등을 수치로 기록하며 자신의 신체 능력을 관리한다. 단순한 운동이라기보다 몸의 성능을 측정하고 개선하는 과정에 가깝다.
“생체 나이를 낮춰라”
AI도 다양하게 접목되고 있다. 특히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은 바이오해커에게 ‘꿈의 기술’로 꼽힌다. 최근 국내에서 관련 특허를 등록한 제노시스AI헬스케어의 이희원 대표는 “유전자, 혈액 데이터, 장기 상태 등을 그대로 복제한 디지털 아바타를 만들어 특정 약품이나 시술 전 시뮬레이션을 돌려 볼 수 있다”며 “가상 생체 실험이 보편화되면 인간의 노화는 더욱 완벽한 관리의 영역으로 들어올 것”이라고 했다.
정소람/권용훈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