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슈퍼 앱으로 완성되는 금융의 미래
이선훈 신한투자증권 대표
최근 디지털 플랫폼 생태계에서 불고 있는 ‘리번들링(Re-bundling)’ 트렌드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여러 개별 서비스를 단일 플랫폼 안에 패키지로 묶어 제공하는 ‘슈퍼 앱’ 전략이다. 서비스의 물리적 결합을 넘어 하나의 브랜드 생태계 안에서 고객의 모든 요구를 해결하도록 돕는다는 의미로 ‘유니버스 앱’이라는 확장된 개념도 각광받고 있다. 명칭이 무엇이든 본질은 하나다. 공급자 중심의 파편화된 벽을 허물고, 고객 중심의 ‘단일 우주’를 구축하는 것이다.
글로벌 플랫폼 시장을 보면 이런 흐름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중국 위챗과 동남아 그랩은 메신저와 차량 호출로 시작해 금융, 쇼핑, 배달까지 접수하며 현지인의 삶 그 자체가 됐다. 보수적인 유럽 금융시장에서도 영국 레볼루트 같은 혁신 기업이 뱅킹을 넘어 투자, 보험, 자산관리까지 하나의 앱에 심리스(seamless)하게 융합해 거대한 금융 유니버스를 선점해 나가고 있다.
이들이 시장을 장악한 비결은 간단하다. 고객의 ‘시간’과 ‘맥락’을 존중했기 때문이다. 로그인을 새로 하고, 인증을 다시 거치고, 화면 전환을 기다리는 그 순간마다 소비자 경험은 단절된다. 반면 하나의 유니버스 안에서 모든 서비스가 물 흐르듯 이어질 때 고객은 압도적인 편의성을 체감한다. 자산관리의 연속성이 유지되고, 소비와 투자의 흐름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경험은 결국 플랫폼에 대한 강력한 신뢰로 이어진다.
이제 금융의 패러다임은 ‘얼마나 많은 앱을 만들어 고객을 끌어들이느냐’에서 ‘얼마나 완벽한 하나의 생태계를 제공하느냐’로 전환되고 있다. 은행, 증권, 카드, 보험의 경계는 공급자가 쳐놓은 인위적인 울타리일 뿐, 소비자 관점에서는 그저 ‘나의 자산을 관리하는 하나의 여정’일 뿐이다. 나아가 미래의 슈퍼 앱은 AI와 결합한 형태로 또 한번 진화할 것이다. 단순한 기능의 통합을 넘어, 고객의 금융 맥락을 실시간으로 학습하고 필요한 솔루션을 선제적으로 제안하는 ‘지능형 비서’로의 고도화다.
고객의 흩어진 여정을 정교하게 엮어 하나의 스크린 위에 펼쳐내고, 고객에게 가장 단순하고 직관적인 우주를 선물하는 것. 그것이 기술 과잉 시대에 필요한 혁신의 시작이자, 앞으로 우리가 마주할 모바일 생태계의 필연적인 미래다. 오늘 출시하는 신한의 슈퍼 앱 ‘신한 슈퍼 SOL’이 만들어가려는 새로운 우주의 모습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