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박스 코엑스점 내 대형 상영관. /코엑스 제공
메가박스 코엑스점 내 대형 상영관. /코엑스 제공
중앙그룹 계열사의 연쇄 회생절차 신청 파장이 영화산업까지 번질 조짐을 보인다. 기업회생 절차를 밟기로 한 계열사 중 한 곳인 메가박스중앙이 투자·배급부터 상영 등 시장에서 갖는 영향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롯데시네마와의 극장 합병 ‘빅 딜’부터 올해 최고 기대작 ‘호프’ 개봉까지 눈앞에 둔 굵직한 사업들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객 감소와 투자 경색 이중고를 겪는 한국 영화산업의 밸류체인이 통째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따라붙는다.

물 건너간 ‘메가시네마’


16일 영화·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메가박스중앙과 롯데시네마가 진행해온 합병 논의가 이번 사태로 동력을 잃었다. 양사는 지난해 5월 콘텐트리중앙이 보유한 메가박스중앙 지분(95.98%), 롯데쇼핑이 보유한 롯데컬처웍스 지분(86.37%)을 기반으로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대규모 외부 투자 유치를 추진하며 합병 협상을 벌여왔다. MOU 기간을 연장해 오는 30일까지 결론을 내기로 했으나 메가박스중앙이 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합병은 사실상 종료됐다.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로고. 챗GPT 생성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로고. 챗GPT 생성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계약서나 MOU에 거래 당사자 일방이 회생이나 도산 절차에 들어가면 자동해지 또는 상대방이 해제할 수 있는 조항을 두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이제부터는 모든 합병 절차에 대해 법원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회생기업인 상태에서 합병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

영화계는 메가박스와 롯데시네마의 합병이 시장 체질 개선의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연간 2억2600만 명(2019년)에 달하던 관객 수가 지난해 53% 줄어든 1억609만 명으로 반토막 났지만, 513개(2019년)였던 극장 수는 지난해 기준 547개로 오히려 늘어나는 등 공급 과잉이 심각하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양 사의 합병이 상영관 수 조절, 극장 환경 재구축 등 자연스러운 구조조정 신호탄으로 본 것이다.

한 상영업계 관계자는 “극장산업을 재편하려면 2억 명에 맞춰진 몸집부터 자연스럽게 줄여야 한다는 시장 공감대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합병에 따른 전략적 구조조정이 아닌 회생 절차로 다수 점포가 급격히 정리되는 방식이면 단기적으로는 경쟁 멀티플렉스가 반사이익을 볼 순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시장 규모가 축소되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나홍진 감독 영화 '호프' /사진=플러스엠
나홍진 감독 영화 '호프' /사진=플러스엠
메가박스가 부실화 대열에 서면서 상영뿐 아니라 투자·배급시장의 고민도 깊어진다. 당장 메가박스에 영화를 건 배급사들이 극장에서 거둔 박스오피스 수익을 제때 정산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 대형 배급사 관계자는 “상반기 메가박스에 배급한 영화들의 상영 부금은 최근 시점까진 문제없이 지급됐다”면서도 “회생 명령이 개시되면 자금 동결로 정산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내부적으로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호프’ 개봉 문제없나

일각에선 다음 달 15일 개봉을 확정한 영화 ‘호프’의 흥행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메가박스중앙의 영화사업부문인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하는 이 영화는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전 세계 200여개국에 선판매되는 등 하반기 흥행 기대작으로 거론돼 왔다. 이달 기준 모회사인 콘텐트리중앙에서 대여한 차입금 잔액만 1690억원에 달하는 등 계열사로부터 꾸준히 자금 수혈을 받아야 할 만큼 자체 현금창출력이 바닥을 친 메가박스중앙 입장에서도 ‘호프’의 흥행은 절실하다.

플러스엠 측은 당초 일정대로 개봉한다는 입장이지만, 회생 절차가 개시되면 영화 흥행을 위한 예산을 유연하게 집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 암초로 작용할 수 있다. 순제작비만 역대 한국영화 최대 규모인 500억원 이상 들어간 ‘호프’는 쇼케이스, 시사회, 각종 광고 등 개봉 전후로 집객력을 높이기 위해 수십 억원의 홍보·마케팅(P&A) 비용이 쓰일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영화를 연출한 나홍진 감독도 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메가박스중앙의 회생 신청과 관련한 카드뉴스를 게재하기도 했다.

한 영화사 관계자는 “여름 성수기에 개봉하는 유일한 한국 대형 상업영화인 데다, 칸 영화제 화제성으로 흥행 요인은 확실한 작품”이라며 “‘호프’가 흥행에 어려움을 겪으면 올해 들어 다소 회복세를 보이는 국내 영화 제작시장이 다시 경색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 전반에 팽배하다”고 했다.
나홍진 감독 인스타그램 스토리.
나홍진 감독 인스타그램 스토리.
중앙그룹의 재무위기 여파는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 등 미디어콘텐츠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크다. 핵심계열사인 JTBC와 이번 회생 신청 계열사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콘텐트리중앙 산하의 드라마 제작사 SLL중앙 역시 자금 압박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SLL 제작으로 JTBC 방영 예정인 드라마 ‘골드디거’ 등 촬영 중인 작품의 제작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승목/최다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