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전쟁 청구서'…韓·日 등 동맹에 떠넘기나
3000억弗 이란 재건기금 조성
호르무즈도 60일만 무료개방
호르무즈도 60일만 무료개방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15일(현지시간) CBS 뉴스 인터뷰에서 3000억달러 규모 재건기금과 관련해 “(이란이) 의무를 다하면 활용할 수 있다”며 “걸프 연안 국가들이 이란 재건에 투자하는 데 전적으로 열려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도 이날 전화 브리핑에서 이란의 핵 프로그램 이행 성과 등과 연동하는 방식으로 이란의 동결 자금 해제와 경제 제재 완화, 3000억달러의 자금 지원 가능성 등이 논의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 협상 관계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 기금이 각국 정부가 아니라 이란에 투자하려는 기업을 중심으로 조성될 것이라고 전했다. “유럽, 한국, 일본, 미국 기업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도 했다. 이란 제재가 해제되면 이란의 원유 등 에너지 자원과 인프라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상당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란과 핵 협정을 체결한 뒤 자금을 지원한 사실을 비판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돈을 주는 구도를 극도로 꺼린다. 걸프국과 동맹국이 참여하는 형태의 기금을 검토하는 이유다. 사실상 미국과 이스라엘이 파괴한 이란을 나머지 여러 국가가 비용을 분담해 재건하는 구도다.
호르무즈해협의 ‘무료 개방’도 60일(휴전 기간) 한정인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고위 당국자는 브리핑에서 “60일간 통행료 없이 운항을 허용하는 것이며 최종 합의안에도 이런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후에는 논의를 통해 해협 관리를 위한 새로운 체계를 확립하겠다는 의미다.
서명해놓고 MOU 공개 않는 美…호르무즈 '유료'되나
美 "48시간 내 공개"한다지만 바로 못 밝혀 합의안 의문 키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이란과 종전 협상을 위한 60일 동안의 휴전을 약속하는 양해각서(MOU)에 지난 14일 서명했다고 15일(현지시간) 밝혔다. 공식 서명식을 오는 19일 스위스에서 열기로 했지만 이미 전자 서명을 마쳤다는 것이다. 이란 측에서는 모즈타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대신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이 서명했다. 밴스 부통령은 이것이 “한 장 반 분량의 매우 대략적인 문서”라고 했다.그러나 양측은 MOU 내용을 쉽사리 공개하지 않고 있어 실제 합의 내용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이날 전화 브리핑에서 “24~48시간 내에 MOU 내용이 투명하게 공개될 것”이라며 “이면 합의는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문서 내용을 바로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해협 ‘서비스비’ 도입되나
협상 내용과 관련해 양측이 다른 설명을 내놓는 경우도 늘고 있다. 대표적인 게 호르무즈해협 통항 비용 부과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이란과의 협상 타결 소식을 전하며 “무료 통행(toll-free)”임을 강조했다. 이날 프랑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회의에서도 취재진에게 전쟁 전처럼 해협이 요금 없이 개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하지만 미국 고위 당국자들은 무료 통행 기간이 60일이라고 확인했다. 이후 통행료 부과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우리는 통행료를 받으려는 것은 아니지만 항해 서비스, 보험, 환경보호 등을 위한 비용을 설계하고 징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고위 당국자들은 이란의 발표 내용을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않고 “우리의 목표는 다시는 해협이 폐쇄되는 일이 없도록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며, 동시에 지역 내 다양한 이해관계를 보호하는 방식으로 이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것이 해협을 단순히 전쟁 이전 상태로 되돌리는 것은 아닐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란과 오만의 영해인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들의 관리 체계를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발언이다.
◇레바논 휴전 등 변수로
레바논에서의 휴전 문제를 두고도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적대행위를 끝내는 내용을 포함하는 것에 양측이 동의하지만, 이란의 기대치는 훨씬 높다. 이란 파르스통신 등은 레바논의 국경을 현재 상태로 유지하고 이스라엘군이 레바논에서 철군하는 내용도 이번 MOU에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 고위 당국자들은 이를 부인했다.여기에 대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미국과의 협상 타결에 어려움이 생겼다”며 “레바논에서의 전쟁 종료는 이란과의 전쟁 종료와 떼어놓을 수 없으며, 전쟁의 종료는 (레바논) 점령 종료도 포함된다”고 했다. 반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레바논 등에 병력을 필요한 만큼 주둔시킬 것”이라고 맞섰다.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 모두에서 강경파의 반발이 이어지는 것도 협상을 흔드는 요인이다. 특히 미국 내에선 “트럼프가 이란에 항복했다”는 식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린지 그레이엄 미 상원의원(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은 “이란 쪽이 이해하는 합의 내용이 미국 협상팀의 주장과 달라 보여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양측이 MOU 내용을 즉각 공개하지 않고 뜸을 들이는 것은 강경파의 비판을 차단하고 추가 수정 여지를 열어두기 위한 전략적인 선택일 수 있다고 일부 외신은 평가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