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한국 정보기술(IT) 벤처 붐을 이끈 주역으로 ‘서울대 컴퓨터 연구회(SCSC)’가 꼽힌다. 이찬진(기계공학 84학번), 김택진(전자공학 85학번), 김형집(전기공학 86학번) 등 이 동아리 출신 IT 천재들은 1989년 아래아한글을 공개해 한국 소프트웨어(SW)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1990년 설립된 한글과컴퓨터의 주축도 SCSC다. 도전의 전통은 김택진의 엔씨소프트 창업으로 이어졌다.

최근 미국 테크업계에서도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성공적인 기업공개(IPO)와 함께 이름이 오르내리는 동아리가 있다. 미국 아이비리그 소속 명문 코넬대의 자동차 레이싱 팀이다. 2010년께부터 스페이스X의 주축 역할을 하는 고위급 엔지니어 빌 라일리와 마크 준코사, 마이크 니콜스가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이 동아리에서 활동했다.

이들이 코넬대에 다니던 시절 활동 무대는 대학생이 포뮬러원(F1) 스타일의 경주용 차량을 몇 달씩 설계·제작하고 경주하는 대회인 ‘포뮬러 SAE’였다. 어려운 기술 문제를 적은 예산 내에서 해결하는 스페이스X 엔지니어링 문화가 코넬대 레이싱 동아리에서 출발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스페이스X가 기술적 장애를 만났을 때 이를 돌파하기 위해 단골로 투입되는 준코사가 대표적이다. 경제학 전공자인 준코사는 동아리 활동을 하며 기계 설계 등 실무를 독학했다. 동아리에서 전자장비 개발을 담당한 니콜스는 스페이스X ‘캐시카우’인 위성 인터넷 사업 스타링크에서 수석부사장을 맡고 있다. 로켓 엔지니어링 담당 부사장인 라일리는 “경주용 자동차와 로켓은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코넬대 레이싱 동아리 출신이 스페이스X에서 중용된 데는 학업 성적뿐만 아니라 실무 능력까지 갖춘 인재를 선호하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 인재관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머스크 CEO는 평소 포뮬러 SAE 같은 대회 우승 여부를 통해 고차원 엔지니어링 능력을 평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스페이스X 직원 대부분은 독립적인 기술 개발 등 프로젝트 경험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존 캘리스터 코넬대 레이싱 동아리 지도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이 독립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를 수 있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