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반기 국회도 갈등 우려 >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하고 있다. 22대 후반기 국회도 시작부터 원 구성 협상이 난항을 겪는 등 여야 갈등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문경덕 기자
< 후반기 국회도 갈등 우려 >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하고 있다. 22대 후반기 국회도 시작부터 원 구성 협상이 난항을 겪는 등 여야 갈등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문경덕 기자
22대 후반기 국회가 문을 열자마자 ‘식물 국회’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지방선거 이후 여야가 집안싸움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원 구성 협상도 공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18일을 협상 마지노선으로 못 박았지만 여야 간 이견이 팽팽해 시한 내 타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정쟁에 가로막힌 원 구성 협상 때문에 산적한 민생 개혁 법안은 심사대조차 오르지 못하고 잠자고 있다.
민생법안 내팽개치고 집안싸움 몰두하는 여야

◇법사위원장 놓고 1주일째 ‘공전’

원 구성 협상의 실무를 책임진 여야 원내지도부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선거가 끝난 지 2주가량 지났는데도 여당인 민주당은 차기 당권 행방에, 야당인 국민의힘은 ‘재선거’ 이슈에 매몰돼 협상이 뒷전으로 밀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은 정청래 대표의 차기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놓고 당내 불협화음이 커지며 다른 현안이 묻히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역시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실 관리 사태 직후 장동혁 지도부가 재선거 카드를 꺼내 들며 투쟁의 전면에 나선 탓에 원내 동력이 약화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새 지도부가 선출된 지 1주일이 지났지만 여야는 핵심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놓고 여전히 샅바싸움을 거듭하고 있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16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힘이 견제와 균형에 진심이라면 국회를 공전시키던 구태부터 성찰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라며 “국민의힘의 (법안 발목을 잡는)이런 행태가 계속된다면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맡았던 주요 경제 관련 상임위도 회수할 것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22대 전반기 국회에서 정무위원회 등 국민의힘이 위원장을 맡은 경제 상임위의 입법 성과가 부진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정무위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지난 1년(2025년 6월~2026년 5월)간 법안 처리율이 12.3%에 그쳤다. 겸임 상임위인 정보위를 제외하면 전 상임위 중 꼴찌다.

◇與 독식 우려에 野 반발

정무위에서 우선 처리해야 할 민생법안이 산적해 있다. 대표적으로 서민금융법 개정안이 꼽힌다. 서민금융진흥원에 서민금융안정기금을 설치하고 금융회사 출연금 일몰 규정을 손질해 안정적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경기 둔화와 고금리 장기화, 연체율 상승 속에 취약 차주 지원 수요가 늘어난 만큼 정책서민금융을 상시 안전망으로 구축해야 한다는 취지다. 다만 금융권의 출연 부담이 이미 커진 상황에서 추가 부담을 얼마나 더 지울 수 있느냐를 두고 반발이 작지 않다.

디지털자산기본법도 후반기 정무위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스테이블코인 도입과 거래시장 제도화를 위한 기본 틀이라는 점에서 제도 정비 필요성에는 이견이 적다. 하지만 발행 주체와 준비금, 상환 의무, 거래소 지배구조 규제 등 세부 쟁점이 복잡하다. 여기에 국민의힘이 가상자산 소득세 폐지를 후반기 국회 1호 법안으로 밀어붙이겠다고 밝히면서 가상자산시장의 제도화 논의와 과세 논의가 동시에 얽히는 복잡한 구도가 형성됐다.

여당이 전반기에 이어 후반기에도 상임위 주도권을 쥐려고 하자 야당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승수 국민의힘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다수 의석을 확보한 여당이 법사위와 경제 상임위까지 독식하려고 한다면 국회의 견제 기능이 무력화될 수 있다”며 “원 구성은 힘의 논리가 아니라 소통과 타협의 정신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야 모두 전면전 속에서도 협상의 끈은 놓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주희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8일 전까지 충분히 협상을 이어갈 것”이라며 “최대 6월 말 전엔 협상을 마무리해 일하는 국회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최형창/이에스더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