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최근 크게 치솟아 서민 주거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 임차 물량을 찾지 못한 세입자들이 중저가 주택 매입에 나서면서 서울 대부분의 지역에서 아파트 매매 가격까지 동반 상승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월세난과 집값 급등의 핵심 원인으로 도심 주택 공급 부족을 꼽는다. 재건축·재개발 등 민간 정비사업은 유휴 부지가 고갈된 서울에서 주택을 늘릴 해법이다. 서울 아파트 공급의 80%가량은 정비사업을 통해 이뤄진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과도한 대출 규제 탓에 착공조차 못 하는 병목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서울시가 최근 정부에 재건축·재개발 이주비 담보인정비율(LTV) 상향과 용적률 완화 등을 핵심으로 한 10개 과제를 건의한 것은 가로막힌 주택 공급 물꼬를 트기 위해서다. 현재 서울에서 이주를 앞둔 정비사업 구역 43곳 중 91%에 달하는 39곳은 이주비 조달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 같은 문제로 서울에서만 3만1000가구의 착공이 지연되고 있다.

이주 단계부터 정비사업이 정체되면 도심 주택 공급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현행 LTV 40% 규제를 70%로 완화해 달라는 서울시 요청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민간 정비사업의 동력을 살리기 위해서는 사업성을 높여주는 규제 개선도 필요하다. 서울시는 민간 정비사업 용적률을 공공 수준인 ‘법적 용적률 상한의 120%’까지 높이고, 재개발 시 초과 용적률의 의무 임대주택 비율을 50%에서 30%로 낮춰달라고 요구했다. 조합 설립 동의율 완화(75%→70%) 등도 건의했다.

규제에 막힌 정비사업의 숨통을 터주지 않고는 시장이 원하는 수준의 주택 공급을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는 서울시 건의를 일방적인 규제 완화 요구로 흘려듣지 말아야 한다.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과도한 규제를 풀고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는 데 관계 부처가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