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내년도 최저임금 요구안을 시간당 1만2000원으로 제시했다. 올 최저임금(1만320원)보다 16.3%나 높인 금액이다. 배달라이더 등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의 최저임금 적용도 재차 요구하고 나섰다. 최근 3년 평균 인상률(2.37%)이 물가상승률(2.66%)을 밑돈 탓에 내년에는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양대 노총 주장이지만 공감하기 어렵다. 최저임금이 최근 10년 새 급격하게 올라 이미 아시아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국의 최저임금은 소득 수준이 월등히 높은 홍콩의 1.4배, 8%대 고성장세를 질주 중인 대만의 1.2배에 달한다. 일본은 한국과 공식 최저임금이 엎치락뒤치락 중이지만 주휴수당이 없다. 주 15시간 이상 근로 시 하루치 일당을 더 주는 주휴수당제도를 감안하면 한국의 실질 최저임금은 2000원가량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 최저임금은 이제 선진국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수준이다. 미국 연방최저임금이 7.25달러(환율 1500원으로 환산 시 1만800원)로 한국과 별반 차이 없다. 소득 대비 최저임금으로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8개 회원국(최저임금제 도입국) 중 8위권으로 평가된다.

치솟는 최저임금이 경제현장 수용성 저하로 이어지는 모습도 뚜렷하다. 숙박·음식점업은 ‘취업자 1인당 부가가치’가 제조업의 17.1%, 금융보험업의 16.2%에 불과해 최저임금 유지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법정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 비율(최저임금 미만율)도 31.6%로 10명 중 3명꼴이다. 다수의 중소기업·소상공인이 범법자로 전락하고 노동시장 이중 구조가 심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대기업·정규직 중심 상위층 노동자에게 혜택을 집중시킨다. 하위층 노동자는 일자리 감소의 고통에 직면하게 된다. 경총이 OECD 21개국이 도입 중인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을 주장하고 나선 배경이다. 때마침 이재명 대통령도 유럽 순방 중 화상으로 수석·보좌관회의를 열어 업종·지역별 최저임금 차등화 문제를 언급했다. 올해만큼은 일괄 인상률을 놓고 극한 대립을 하기보다 차등 적용 방안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