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과 지방 모두 미분양 주택이 빠르게 늘면서 주택 시장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 뉴스1
수도권과 지방 모두 미분양 주택이 빠르게 늘면서 주택 시장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 뉴스1
# 서울에 1주택을 보유한 50대 장모씨는 최근 경기도 내 한 인구감소지역에 있는 아파트를 사려다 매수 계획을 접었습니다. 은행에서 대출이 실행되는 시점에는 기존에 보유한 집을 처분해야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장씨는 "자주 놀러 가는 동네라 '세컨드홈'을 알아본 것인데 서울에 있는 집을 정리하면서까지 살 필요는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정부가 인구감소지역 주택 거래를 살리겠다며 내놓은 세컨드홈 제도가 대출 규제와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세금은 덜어줘 지방 주택 매수를 유도하면서도 매수 단계에서 필요한 대출은 기존 주택 처분 조건이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에 막히는 사례가 나오고 있어서입니다.

1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세컨드홈 제도는 지방소멸 대응책의 하나로 도입됐습니다. 기존 1주택자가 인구감소지역 등에 주택 1가구를 추가로 취득하더라도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를 계산할 때 1가구 1주택자로 보는 것이 핵심입니다. 기존 주택을 처분할 때 양도세 비과세나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유지할 수 있고 종부세도 1주택자 기본공제와 고령자·장기보유 세액공제를 적용받을 수 있습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생활인구를 늘리고, 주말·휴가철 체류 수요를 지역 소비와 주택 거래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올해부터는 적용 범위도 넓어졌습니다. 비수도권 인구감소지역은 세컨드홈 특례 대상 주택가액 기준이 공시가격 4억원 이하에서 9억원 이하로 완화됐고 비수도권 인구감소관심지역 일부도 새로 포함됐습니다. 지방 주택 수요가 약해지고 미분양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세제 문턱을 낮춰 거래 회복을 유도하겠다는 취지입니다.

문제는 금융 규제입니다. 세컨드홈은 세제상 특례일 뿐 대출 규제상 별도 예외가 아닙니다. 대출 심사에서는 차주의 기존 주택 보유 여부, 담보 주택 소재지, 소득, 기존 부채, DSR 등이 그대로 반영됩니다. 수도권·규제지역에서 1주택자가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않고 추가 주택을 사는 경우 주택 구입 목적의 대출이 제한됩니다. 처분 조건부로 대출받는 경우에도 기존 주택을 일정 기간 안에 팔아야 합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세금은 1주택자로 봐주면서 대출은 다주택 수요처럼 본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장씨 사례처럼 서울에 집을 둔 1주택자가 수도권 인구감소지역이나 접경지역 주택을 세컨드홈으로 검토하더라도 대출 창구에서는 기존 주택 처분 조건이 붙는 사례가 있습니다.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별장이나 주말주택을 마련하자고 기존 거주지를 팔 수는 없는 만큼, 제도 취지가 실제 거래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세컨드홈 정책의 대상 자체가 기존 1주택자라는 점에서 정책 충돌은 불가피한 셈입니다. 세컨드홈은 기본적으로 '집 한 채를 더 사는' 수요를 전제로 설계됐다. 하지만 금융 규제는 이런 수요를 추가 주택 구입으로 보고 차입 여력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한쪽에선 인구감소지역을 머무르고 싶은 지역으로 만들겠다며 세제 혜택을 주고, 다른 한쪽은 대출을 통한 추가 주택 구입을 막는 구조입니다.

전문가들은 세컨드홈 제도의 효과가 현금 여력이 큰 수요자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대출을 활용하기 어려우면 실제 매수층은 기존 자산가와 은퇴자, 고소득층으로 좁아질 수밖에 없어서입니다. 지방 주택 거래 활성화와 생활인구 확대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려면 세제 혜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세컨드홈 제도가 지방 주택시장의 마중물이 되려면 세제와 금융 규제가 같은 방향을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세컨드홈은 지역에 돈과 사람이 오가게 만들자는 정책인데, 대출 단계에서 기존 집을 팔아야 한다는 안내를 받으면 대부분 매수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정부 정책이 서로 상충하면서 효과가 줄어드는 셈"이라며 "가계부채 관리도 해야 하지만 인구감소지역 주택에 대해서는 투기 수요와 체류 목적 수요를 구분하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