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아가 이끈 'NBA판 머니볼'…뉴욕 닉스 부활 성공
美프로농구서 뉴욕 닉스 53년 만에 챔피언 등극
인기만 믿고 방만 경영하던 닉스
에이전트 출신 로즈 사장 부임 후
선수단 몸값 4000만弗 감축 등
데이터 기반 고효율 운영 성과
인기만 믿고 방만 경영하던 닉스
에이전트 출신 로즈 사장 부임 후
선수단 몸값 4000만弗 감축 등
데이터 기반 고효율 운영 성과
◇반세기 만의 우승
1946년 NBA 출범과 동시에 창단한 닉스는 역사가 오래된 구단 중 하나다. 미국 최대 도시를 연고로 하는 만큼 인기도 다른 팀을 압도한다. 하지만 미국프로야구를 주름잡는 뉴욕 양키스와 달리 닉스는 만년 하위권에 머물렀다. 우승 횟수는 단 두 차례(1970년, 1973년)에 불과하며 마지막 결승 진출은 27년 전인 1999년이었다.이면에는 오랜 기간 지속된 방만 경영이 있었다. 뉴욕이 연고지인 닉스는 성적이 어떻든 비싼 중개권료와 관람권으로 많은 돈을 벌어왔다. 닉스의 올 정규시즌 평균 티켓 가격은 213달러로 2위 LA 레이커스(146달러)보다 46% 비쌌고, 전체 30개 구단 평균(53달러)의 네 배였다. 이번 결승전의 경우 싼 좌석은 3000달러, 비싼 좌석은 6만5000달러였다.
닉스가 하위권을 전전하던 2016년부터 6년간 구단 가치가 NBA 1위(포브스 선정)를 차지한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이유다. 구단은 돈을 벌지만 경기에 지는 팀에 오고 싶은 유망주는 없었다. 결국 닉스는 한물간 스타에게 거액을 안기는 악순환을 반복해왔다.
◇암흑기 끝낸 ‘슈퍼에이전트’
이 같은 암흑기를 끝낸 인물은 2020년 3월 부임한 리온 로즈 사장이다. 그는 미국 최대 연예·스포츠 기획사 CAA에서 농구 부문을 총괄하던 에이전트였다. 르브론 제임스(LA 레이커스) 등 NBA 대표 스타들이 그의 고객이었다. 감독 출신이나 구단 행정을 담당하던 임원이 사장이 되는 게 일반적인 NBA에서 파격적인 인사였다.로즈 사장은 취임 이후 닉스의 고비용 구조 개선에 팔을 걷어붙였다. 그는 ‘머니볼(moneyball)’ 전략을 택했다. 머니볼은 빌리 빈 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부회장이 단장 시절 추구한 ‘저비용 고효율’ 야구를 설명하는 단어다.
성적이 저조한 고액 연봉자와 재계약하지 않거나 기존 계약을 파기하는 식으로 첫해에만 선수단 몸값을 4000만달러 줄였다. 구단 행정 조직에도 메스를 댔다. 닉스 스카우트팀은 유망주 발굴을 위해 여러 나라에 스카우트를 파견하며 막대한 출장비를 썼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로즈 사장은 주먹구구식으로 일하던 스카우트를 정리하고, 데이터 분석가 등을 충원해 과학적 통계를 기반으로 선수를 선발했다. 연예인 등 유명 인사에게 남발하던 공짜표도 줄였다.
이렇게 마련한 실탄은 저평가된 선수를 영입하는 데 썼다. 25년간의 에이전트 경험으로 생긴 ‘선수 보는 눈’이 도움이 됐다. 이번 시즌 닉스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책임진 제일런 브런슨이 대표적이다.
브런슨은 2016년과 2018년 빌라노바대를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챔피언 자리에 올리며 ‘대학 최고 선수상’을 탔다. 그럼에도 농구선수로서는 작은 키(188㎝) 때문에 2018년 NBA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 순번이 전체 60명 중 33번째까지 밀렸다.
그를 지명한 댈러스 매버릭스에서는 4년간 한 시즌만 주전으로 활약할 수 있었다. 그를 유심히 지켜보던 로즈 사장은 2022년 자유계약 선수가 된 브런슨을 4년간 1억400만달러를 주는 조건으로 영입했다. 다른 팀 에이스와 비교하면 반값에 해당하는 연봉이었지만 NBA 올스타에 뽑혀본 적이 없는 선수가 1억달러 규모 이상의 계약을 맺은 첫 사례였다.
ESPN 등 스포츠 매체는 “닉스가 또 헛돈을 썼다”며 비아냥댔다. 하지만 닉스는 브런슨 합류 직후 네 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강팀으로 거듭났고 이날 53년 만의 우승까지 일궈냈다. 브런슨은 결승전 MVP에 올랐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